남편이 사망하기 몇 개월 전 이혼을 하고 거액의 재산을 분할 받은 부인에게 세무당국이 위장이혼(가장이혼)이라며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김모씨가 서울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이혼이 가장이혼에 해당한다고 잘못 전제한 후, 이 사건 재산분할이 상당한 정도를 넘는 과대한 것으로서 상속세나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지에 관해 심리하지 않고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의에 따라 이혼이 성립한 경우, 그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 간에 이혼의 의사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며 "이혼이 무효가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은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씨는 1982년 5명의 자녀를 둔 이 모씨와 결혼했다. 이 씨는 결혼 당시 서울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고 2001년부터 건강이 악화되자 김 씨가 병원의 부원장으로 재직하며 업무에 관여하기도 했다.
2011년 3월 위암으로 투병 중인 이씨의 상태가 위독해지고 평소 아들과 갈등도 있었던 김 씨는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냈고, 현금 10억원과 액면가 40억원의 약속어음 채권을 분할해 준다는 조건으로 같은 해 4월 이혼조정이 성립됐다.
하지만 부부는 이혼 후에도 같은 집에서 거주하며 같은해 김 씨가 12월 사망할 때까지 이씨는 남편의 병간호와
이에 반포세무서는 사망 직전 가장이혼을 해 재산을 사전에 증여 받은 것으로 보고 36억여원의 증여세를 부과했고, 이에 불복한 김씨가 소송을 제기했다.앞서 1·2심은 "법률상 이혼이라는 외형만을 갖춘 가장이혼으로 판단된다"며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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