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세 개 남아 일자리 못 구해, 머물 집도 없어
친척 집 들어가 휴대폰 훔쳐…소액결제로 420만원 현금화
초라한 행색의 능력 없는 아버지라도 전역한 아들에게 따듯한 고깃국을 먹이고 싶었습니다.
한 부모 가정이라 남부럽지 않게 키워내지는 못했지만, 무탈하게 군 복무를 다 한 아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두 부자(父子)가 잠시라도 편히 몸을 뉘일 집과 먹을거리를 구하려면 돈이 필요했습니다.
아버지 A(44)씨는 일자리를 구해보려 백방으로 뛰었지만 단 3개밖에 남지 않은 치아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 사실을 숨기려 면접장에서 늘 마스크를 썼지만, 면접관들의 요구로 마스크를 벗어야 했습니다.
이들은 A씨의 치아를 보고서 미간을 찌푸리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근면·성실을 내세워 일자리를 애원해봐도 그를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습니다.
치아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서 어렵게 취직한 사탕공장에서는 한 달 만에 쫓겨났습니다.
주유소 주유원 자리마저도 그에게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A씨는 갈수록 살기가 팍팍해져 제 한 몸은 물론 하나뿐인 아들조차 챙길 수 없을 것 같아 착잡했습니다.
그러다 전북 익산시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고모 B(83·여)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A씨는 홀로 사는 고모 집에 들어가 휴대전화를 훔치기로 했습니다.
아들이 전역하는 시기에 맞춰 돈을 준비하려면 이 길밖에 없었습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수는 없지만, A씨의 머릿속은 절도 행각보다 '아들'로 가득했을 것입니다.
지난 1월 말께 이 아파트에 들어가 B씨가 한눈을 판 틈에 구형 휴대전화를 훔쳐 나왔습니다.
휴대전화에 꽂힌 유심칩을 빼내 소액결제 방식으로 420만원을 현금화했습니다.
오갈 데 없던 처지였던 터라 이 돈으로 아들과 함께 살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방을 구했습니다.
지난 3월에 전역한 아들과 함께 따듯한 밥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결국, 돈이 떨어지자 A씨는 인천으로 가 아들이 취직한 주유소 주인이 내준 방에서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뒤늦게 통장에서 수백만원이 빠져나간 사
그는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었지만, 죗값을 치러야 했습니다.
익산경찰서는 20일 절도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일을 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회사가 없어 남의 돈에 손을 댄 것 같다"며 "사정은 딱하지만, 엄연한 범죄이니 죄를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