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도시엔 그곳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있지요. 이를 랜드마크라고 하는데, 이건 어떨까요?
강원도 인제군의 상징물은 헐리웃 배우 마릴린 먼롭니다. 그녀가 1954년 인제 미군 부대에 딱 한 번 위문공연을 왔기 때문이라는데, 5천만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놓곤 욕먹을 걸 알았는지 인적도 뜸한 하천변에 세워놨습니다.
또, 대표적인 해맞이 명소인 울산시울주군 간절곶엔 이름도 생소한 포르투갈 호카곶의 상징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해넘이로 유명한 두 도시의 상징물을 교차 설치하기로 했다는데, 사실 포르투갈은 호카곶이 세계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설치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데 우리부터 한 거죠. 게다가, 특정 종교를 나타낸다는 비난에 결국 3천만 원을 들인 이 탑은 지금 검은 천으로 싸여 있습니다.
뭐, 이 정도는 소박한 걸까요.
4조 원 가까운 부채가 있으면서도 무려 1천억 원을 들여 부산판 자유의 여신상을 만들겠다는 부산광역시도 있으니 말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자체의 공공조형물을 설치할 때, 먼저 조례나 규칙을 만들고 지역주민들의 의견도 수렴하도록 권고 했지만, 권고는 그냥 권고일 뿐이었나 봅니다.
16억 원을 들여 만든 송도의 한 조형물은 이제 곧 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상징성도 없고 고장도 잦은 데다 담당 구청의 허가도 받지 않은 위법시설이었기 때문인데, 철거하는데도 3천만 원의 예산이 또 들어갑니다.
랜드마크는 그 국가와 지역을 상징하기 때문에, 단순한 관광 상품이 아닙니다. 그래서 주민 의견이 먼저고, 주민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사업에만 몰두해 혈세를 낭비하고, 또 그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결과가 어떻게 될까요. 지역을 상징하지도 않고 주민들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은 조형물이 외면받고 결국 사라지게 되는 걸 보면, 그분들의 미래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