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필요하니 하라는 거겠지' 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과하지 않은가' 의구심을 갖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래선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내가 낸 진료비가 적절한 건지 확인해달라는 금액만 2016년 기준 475억 원에 달했고, 이 중 19억 원이 환급됐습니다. 이런 걸 '과잉진료'라고 하죠.
과잉진료의 가장 큰 원인은 의료 행위별 수가제 때문입니다.
같은 질환이라도 병원에서 어떤 검사를, 어떤 치료를 했는지에 따라 진료비가 다르게 매겨지는 겁니다. 때문에 검사를 많이 할수록, 비싼 치료를 많이 처방할수록 병원엔 이익인 거죠. 같은 병이라면 그 질과 수에 상관없이 같은 진료비를 매기는 포괄수가제가 일부 도입됐지만, 말 그대로 '일부'일 뿐입니다.
미국과 캐나다 등 OECD 회원국 대부분이 포괄수가제를 시행하고 있고, 대부분의 유럽권에선 국가가 병원에 지급하는 연간 진료비를 총액으로 계약해 지급하는 총액계약제를 시행합니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건강검진 기록에서 그가 정상이란 결과보다 더 눈에 띈 건, 기계가 아닌 의사가 한 진단이 대부분이란 겁니다. 검사 방법으로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일반 국민보다 더 싸게 건강검진을 받은 건데, 비싼 검사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의사를 신뢰한다는 말이기도 하죠.
진료란 환자가 들어 오는 모습부터 아픈 부위를 눈으로 확인하는 '시진'·만져 보는 '촉진'·들어 보는 '청진' 그리고 환자가 말하는 증상을 '경청'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몇 분 되지도 않는 시간에 상담을 끝내고, 툭하면 CT에 MRI까지 찍어봐야 알 수 있다는 의사에게 언제까지 내 생명을 맡겨야 할까요.
더 많은 검사와 약물 사용이 몸에 좋을 것이라고 믿는 환자의 인식도 달라져야 하고 또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의료수가 제도도 개선해야겠지만, 무엇보다 돈보다 아픈 이들을 돕겠다며 의사가 된 의료인들의 양심이 더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