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기소)이 재임 중 청와대 내 금고에 보관중인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의 잔고를 수시로 확인했다는 이재만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52·구속기소)의 진술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 5회 공판에 이 전 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52·구속기소)이 증인으로 나왔다. 두 전직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 받은 혐의에 관여한 인물로, 그들 역시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오전 증인으로 나온 이 전 비서관은 증언을 거부했다. 그는 "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 답변을 드릴 수 없고 이미 검찰에서 아는 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의 증언거부로 증인신문은 종료됐다. 대신 그의 피의자신문조서들에 대한 서류증거조사가 진행됐다.
조서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특활비) 잔고에 대해 제가 돈을 가지고 (관저로) 올라갔을 때 물어보거나 그와 상관없이 전화를 해서 '얼마 있어요'라고 물어보곤 했다"고 진술했다. 이 때문에 "제가 물음에 답변할 수 있도록 A4용지에 남아있는 금액을 적어 총무비서관실 금고에 특활비와 함께 보관했다"고 말했다. 또 "A4용지에는 국정원에서 전달된 돈의 금액과 날짜, 대통령 지시로 집행된 금액과 날짜 등이 기재돼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비서관은 특활비 중 일부를 비서실장 등에게 지급한 내역을 정리해 진술했다. 조서에 따르면 대통령 비서실장·안보실장·경호실장들에게 매년 명절과 여름휴가를 앞두고 1000만~2000만원씩 지급했다. 또 수석비서관들에게는 4년 동안 두 차례 각500만원씩 지급했다. 또 청와대 경비직원, 요리사 등에게도 격려금 명목으로 30만~50만
이에 대해 이병기 전 원장의 변호인은 "이 전 비서관은 특활비 상납과 관련해 정확한 시작 및 종료 시점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에서 제시한 다른 국정원 관계자의 말을 듣고 인정하는 취지로 말을 한 것뿐"이라며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채종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