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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승 교사 [사진 = 최진선 인턴기자] |
새 학기 첫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반말을 권유하는 선생님이 있다. 바로 서울시 중랑구에 위치한 이화여대 병설 미디어 고등학교의 유명한 괴짜 이윤승 교사(39)다. 이윤승 교사는 교사라고 해서 더 큰 권한을 가지고 학생들보다 많은 것들을 누리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에서 나오는 권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눈에 보이는 것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것. 지난 17일 이윤승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 근처 카페에서 이 씨와 제자 2명을 만났다. 카페를 들어서는 이윤승 교사와 학생들은 "윤승아 뭐 먹을래?" 라고 서로 반말을 쓰며 편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윤승 교사는 반말을 권유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선생이 권위를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교사가 가진 권위가 말뿐이라면 그 권위는 진정한 권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윤승 교사는 첫 1년을 근무하는 동안 본인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권력에 노출되고 그것이 당연시 여겨지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고민 끝에 그는 '존댓말'에 이미 자연스럽게 권위가 녹아 있다고 생각했다. 교사에게 존댓말을 함으로써 학생 스스로 '자기검열'을 한다는 것. 이러한 상황에서 평등하고 자연스러운 토론이 진행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그래서 선언식으로 반말을 권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물론 학생들에게 반말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수업시간에는 기본적으로 존댓말을 사용한다. 반말이 어색한 친구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말은 평등한 학생과 선생의 관계를 향한 일종의 '메시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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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희우 학생, 이승현 학생, 이윤승 교사.[사진 = 최진선 인턴기자] |
실제로 반말을 쓰고 난 후 선생님과 대화하는 온도와 질이 달라졌다고 했다. 수업시간 혹은 개인적인 상담 시간에 존댓말을 쓸 때에는 터놓지 못했던 말들을 하게 되고 토론에도 적극적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같은 학교 이승현 학생(18)은 "솔직하고 거침없이 얘기 할 수 있게 된다. 보통 대부분 선생님들은 논리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더라도 태도나 눈빛으로 지적을 한다." 라며 "결국 말하려는 의도는 잊고 눈물만 흘리고 나온다. 선생님들이 말로써 상대를 윽박지르는 게 너무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윤승 교사는 "선생님도 같이 존댓말을 사용하거나 학생들이 반말을 사용하면 내용에 대해 타당성을 따지는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선생님들은 어느 순간 '조용히 해!'라고 한 마디만 하면 되니까 학생과 교사의 싸움에서 선생이 이기기는 너무 쉽다"고 답했다.
이윤승 교사는 '꿈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학생도 스스로의 의견을 피력하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했다.
[디지털뉴스국 양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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