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A씨는 최근 분통터지는 일을 겪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번화가 노래방으로 향한 A씨는 1시간 예약을 한 뒤 노래를 부르던 도중 잔여 시간을 보고 이상함을 느꼈다. 노래방 기계 시간이 30분도 채 남지 않았지만 A씨 일행이 노래방에 들어온 지 20분밖에 지나지 않았던 것. 타이머를 켜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25분에서 몇 초 뒤 바로 24분으로 빠르게 잔여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래방 사장은 "기계 오류가 나면 간혹 그러는 경우가 있다"라며 발뺌했다. 계산도 후불제 방식이라 영수증에서 정확한 시간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
↑ 노래방 카운터의 포스 시스템에서 설정할 수 있는 시간 삭제 기능.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노래방 관련 기기를 판매하는 T 업체 조사 결과 간단한 클릭만으로 시간을 삭제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래방 포스 시스템에서 관리자 모드 접속 시 기본 메뉴에 1분 삭제 기능이 포함돼 있어 시간 조작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대학생 B씨는 "해당 기능은 실제로 종종 사용한다"라면서 "번화가 노래방에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나 술을 과하게 마신 뒤 난동을 부리는 손님의 경우에 업주가 시간 삭제를 지시하곤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간을 지울 때도 손님이 잘 인식하지 못하도록 30초 단위로 시간을 삭제하는 등 요령도 있다"라며 "손님이 계속 시간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다수가 술 한 잔 하고 오는 경우가 많아 저런 꼼수를 눈치채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기능 사용 여부에 대한 질문에 서울 중랑구 소재 노래방 업주 C씨는 "언제 일일이 시간보면서 버튼을 누르고 있겠냐"라고 부인하면서도 "'일반 손님'인 경우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C씨에 따르면 유흥접객원이 있는 '노래주점'에서 진상 고객 퇴치를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 C씨는 "노래방 도우미가 해당 주점 직원이 아닐 경우 정해진 시간을 지켜서 돌려보내야 한다"라며 "그런데 손님
이에 누리꾼들은 "일반 노래방에서도 시간이 빨리 가는 경우가 있었다"라며 "알람 맞춰 놓고 놀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돈 내고 뒤통수 맞았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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