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재판이 진행된 지난 8년 동안 구치소 안에 있던 기간입니다. 나머지, 그러니까 무려 7년 7개월 동안은 감옥 생활을 안 한 겁니다. 일반 재소자들에겐 꿈같은 얘기죠.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1월, 4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이 됐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듬해 6월 항소심 중에, 간암 환자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이 전 회장에게 '병보석' 허가를 내줍니다. 덕분에 이 전 회장은 계속 불구속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죠.
그런데 아프다던 회장님의 구치소 밖 모습은 그야말로 '대반전'이었습니다. 붐비는 술집에서 맥주와 안주를 먹고, 가게 앞에서 담배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 공개됐거든요. 그 누구도 간암 환자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모습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전 회장의 주거지를 자택과 병원으로 제한했지만, 자택 밖에서 이 전 회장을 봤다는 목격담은 잇따랐습니다.
사실 비슷한 논란은 이미 2년 전에도 있었고,
법원이 병보석을 재심사해야 한다는 국회와 시민단체의 요구도 커지고 있지만,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이 전 회장에 대해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현행법상 재판부의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입니다.
그리고 어제, 이 전 회장에 대한 법의 심판은 또 한 번 미뤄졌습니다. 대법원이 이번에도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거죠. 대법관 출신 두 명을 포함한 초호화 변호인단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겁니다. 이 사건이 다시 대법원까지 오려면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 기간 동안 보석이 유지된다면 재벌 회장님은 또 아무런 불편함 없이 '황제 보석' 생활을 할 수 있겠죠.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 법치주의에 뿌리를 둔 나라에서, 지극히 당연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재벌 앞에서 유독 무뎌지는 법의 칼날을 보면서 이 당연한 얘기를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다시 재판을 시작하는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