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을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 수를 늘리려면 지역구 수를 줄여야 하니 당장 내 밥그릇이 떨어져 나가는데, 선뜻 동의할 의원이 없겠죠. 그래서 전체 의원수를 늘리겠다는 겁니다. 내 자리는 지키면서 비례대표 수는 늘리는 방법이죠.
사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적은 편이긴 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은, 평균 9만9,400명당 국회의원이 1명이지만, 우리나라는 16만7,400명당 1명이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의원 수를 늘리자'는 이 제안에 박수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우리는, 국회의원 1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연간 7억 원에 이릅니다. 연봉은 OECD 국가들 중에서 최상위권이고요. 그러면, 받는 만큼 일은 잘하느냐 '정치 성적표'를 봤더니, 조사 대상 27개국 가운데 26위. 들어가는 돈을 생각하면 당황스럽죠.
일부 정치권에서는, 그러면, 특권도 없애고, 현재의 예산을 유지하면서, 세비를 낮추면 된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른 예산은 깎아도 자신들의 세비는 은근슬쩍 올리다가 들통이 났던 일, 또 특권 내려놓기를 한다지만, '갑질'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걸 말이죠.
정치인들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국회의원은 숫자보다 제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한거라고요. 제 역할, 지금 국회는 자기네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예산심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적 근거도 없는 소소위라는 걸 만들어, 각 당 간사 달랑 3명이 앉아 470조 원을 떡 주무르듯 하고 있죠.
정치싸움 하느라 법에서 정한 데드라인도 넘기고, 속기록도 없고, 언론도 모르게 밀실에서 야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국민이 그들이 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을 할까요. 의석수를 늘이자는 것, 결국, 자기 자리는 지키면서, 자기네 세력을 늘리겠다는 것 외엔 다른 어떤 이유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부디, 주권자인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한 번이라도 물어보는 게 도리이자 의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