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언론에서 첫 아기의 탄생을 알리는 병원이 바로 제일병원이었는데, 저출산 등 여파로 폐원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미 산모들은 떠나고 없다는데요.
이수아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제일병원 하면 우리나라 첫 여성전문병원으로 유명해진 곳이죠?
【 기자 】
네, 말씀하신대로 서울 충무로에 있는 국내 첫 여성전문병원입니다.
1963년 문을 열어 올해로 개원 55년이 됐고, 현재 폐원 위기를 맞은 상황입니다.
창립자인 이사장이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조카이고, 지난 1996년부터 2005년까지 9년 정도 잠시 삼성그룹 계열 병원이 된 적도 있었습니다.
새해가 밝으면 전국 언론 기자들이 가장 먼저 태어난 아기를 찍기 위해 모여들어 이른바 '출산 왕국'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그렇게 유명했는데, 폐업 위기에 처한 원인이 뭡니까?
【 기자 】
단순하게 보자면 저출산이 가장 큰 타격을 줬습니다.
이제 다가오는 해가 2019년, 돼지해인데요. 12년 전인 지난 2007년 같은 돼지 해 때만 해도 신생아 수가 49만이 넘었습니다.
꾸준히 줄다가 2017년에는 35만 명까지 내려앉고 올해는 32만에서 33만 정도입니다.
제일병원은 분만 건수 부동의 전국 1위를 지켜온 곳인데요. 이런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분만 위주 운영을 해왔습니다
실제 제일병원에서 태어난 아기 수를 보면, 지난 2012년 6.808명에서 지난해 4,202명으로 38% 가까이 줄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앵커멘트 】
물론 저출산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노조와의 갈등이 심해진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고요?
【 기자 】
네, 제일병원은 2007년부터 낙후된 병원 건물 리모델링과 여성암센터, 건강검진센터 설립 등을 하면서 무리한 투자를 해왔습니다.
분만만 가지고는 병원 운영이 어려우니 방향을 틀어본 건데, 문제는 이미 다른 여성전문 병원들이 특화한 분야에 뒤늦게 뛰어들어 실적을 내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1,100억원에 이르는 과도한 부동산 매입 등으로 경영이 더 악화됐고, 결국 병원은 의료진 등에 대한 임금 삭감을 결정했습니다.
【 앵커멘트 】
임금 삭감 정도가 어느 정도였나요?
【 기자 】
알려진 바로는최대 60%라고 합니다.
【 앵커멘트 】
그 정도 수준이면 반발이 만만치 않았겠어요.
【 기자 】
네, 결국 병원 노조가 지난 6월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저희도 파업 소식 전해드렸었는데요. 제일병원은 입원실과 분만실을 폐쇄하는 등 사실상 정상적인 병원 운영이 몇 달 전부터 어렵게 됐고요. 베테랑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이미 상당수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앵커멘트 】
듣기로는 병원을 살려보려고 인수 협상도 진행 중이라고 하던데, 잘 안 풀리는 건가요?
【 기자 】
이미 10월부터 병원은 매물로 나와 있었습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인수 협상자 두 세 곳과 접촉했는데, 병원과 인접한 대학교, 개인 투자자 등입니다.
사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매각 작업이 거의 완료됐다, 연내에 협상을 다 마무리 짓고 1월부터 병원 운영을 정상화한다 이런 얘기도 나왔지만, 산부인과 운영이 전체적으로 어려운지라 과연 병원을 정상화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 앵커멘트 】
사실 이게 제일병원 한 곳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는 것이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입니다. 앞으로 출산율이 더 내려간다면 다른 곳도 분만실 폐쇄 가능한 것 아닙니까.
【 기자 】
네 전국 분만실 운영 현황입니다. 2013년 706곳에서 지난해에는 528곳으로 급감했습니다. 왜 그런지 우선 현직 산부인과 의사 의견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산부인과 의사
- "하게 되면 24시간 해야 하는 거니까. 24시간 유지하는 인력, 대기하는 것만으로도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 날은 분만이 없었다고 하면 보험 수가 구조에서는 받는 게 없는 거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자연분만을 하면 한 명당 20만 원 정도 수가가 나온다고 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데요. 이 수가로는 아무리 작은 병원도 월 60건 가까운 분만 건수를 유지해야 운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결국 관련 수가 개선이나 분만실 운영 지원비 마련 등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평가입니다.
【 앵커멘트 】
분만실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필수 시설인데 안타깝습니다. 이미 시작된 저출산 위기에 대한 정부 대책이 제대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