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한류스타 승리가 군에 입대한다고 했을 때도, 그의 입대를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유는 전혀 다른 거였죠.
승리는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구속될 수도 있죠. 그런데 의혹이 보도되자 갑자기 예정된 '국민의 의무'를 다하겠다며 군대를 가겠다고 했습니다. 연예활동을 이유로 미루고 또 미룰 때는 언제고, 수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 되자 군입대하겠다니 '정말 애국심이 높구나'라고 볼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아시다시피 수사나 재판이 군으로 넘어가면 언론 노출에 제한이 따릅니다. 그러니 비난 여론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고 당연히 사회적 관심도 떨어지게 되죠. 그렇게 점점 잊혀지다가 전역 후에는 소리 소문 없이 연예계로 복귀해 활동하기도 편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일부 연예인과 유명인들은, 물의를 일으키면 일단 군대로 도피하는 패턴을 보여 왔습니다.
가수 겸 배우 김현중은 사생활 문제로 구설에 오르자 이듬해 입대했죠. 동료 여성 연예인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배우 이서원도 지난해 11월 4차 공판을 불과 이틀 앞두고 조용히 입대를 했습니다. 무면허 운전에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배우 손승원은 검찰이 실형을 선고하자 '군 복무를 하면서 반성한다면 음주운전 버릇도 끊어지지 않을까'라는 황당한 주장을 했죠. 아니 본인이 저지른 죄를 왜 군대에 가서 자숙합니까.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병무청은 승리의 입영 연기를 확정했고, 그동안 도피처처럼 이용됐던 군 입대에 대해 법을 개정해서라도 제동을 걸겠다며 부랴부랴 나섰습니다. 그동안 군대가 일종의 범죄를 피해 도피하는 '돌파구'가 됐었다는 걸 인정한 셈이지요.
군대에 안 가는 것도 공정하지 않은 것이지만, 도피처가 돼 슬그머니 복귀하는 데 이용되는 것도 공정치 않은 일입니다. 군대가 범죄자의 도피처가 되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어떻게 병역에 대해 자부심 느낄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