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증거인멸`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1심서 징역 2년 6월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검찰 재수사를 앞두고 제품의 유해성 관련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가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 관계자 재조사에 착수해 대거 기소한 뒤 나온 첫 판결이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홍준서 판사는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고 전 대표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애경산업 양 모 전 전무와 이 모 팀장은 각 징역 1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홍 판사는 "우리 사회에 큰 문제를 야기한 가습기살균제 형사 재판에서 사용될 애경 관련 증거를 인멸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 발견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히 "(고 전 대표는) 하급자들이 자발적으로 증거인멸을 했고, 사건 관계자들이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고 있어 죄질이 중하다"고 덧붙였다.
고 전 대표 등은 2016년 1월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애경에서 판매하는 '가습기메이트' 관련 자료를 없애도록 지시·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수사 결과 애경 등 일부 기업은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고, 지난달 23일 김 전 대표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 관계자가 대거 기소됐다.
[진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