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필리핀, 몽골 등에서 온 해외 이주 여성들을 위한 한국어 회화 교재에 딸린 부록에 나온 내용입니다. 끼워파는 책이니 안 보면 그만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본문 내용 역시 그렇다는 게 문제입니다.
벵골어를 쓰는 이주 여성들의 한국어 교재 본문에는 부부의 성생활과 관련된 차별적 내용은 물론 '한국 남성은 자존심이 강한 편', '배우자의 경제력과 생활 수준을 존중해야'와 같은 예문도 등장합니다. 이 책으로 공부하는 여성들이 과연 한국에 오고 싶어 할까요.
국내 결혼 이주민은 약 30만 명. 80%가 여성이며, 이들 중 40%는 가정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참고 살 수밖에 없는 건 현실과 다른 우리의 제도 때문….
지난 2011년 법무부는 이주여성이 체류 기간을 연장하거나 영주 신청을 할 때 배우자의 신원보증서를 요구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걸 입증하면 연장 허가를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서류상일 뿐 국적 신고 과정에 남편을 동행해야 하는 게 현실이거든요. 그러니 성차별, 인종차별을 당해도 아이를 위해, 쫓겨나지 않기 위해 참고 사는 겁니다.
'살려주세요', '때리지 말아 주세요.' 이주 여성들이 한국에 오기 전에 배우는 첫 한국어라고 합니다. 한국인 남성과의 결혼이 생존을 걸 만큼 위험한 일이란 거겠지요. 차별과 폭력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을 허용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