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공관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대법원이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죠. 이유가 뭘까요. 잘못은 인정을 한다지만, '그래도 호화 리모델링은 아니다.', '전임 시절에 책정된 예산이었다.'는 해명이 사족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대법원장 공관을 리모델링한다며 세금 16억 7천만 원을 갖다 썼습니다. 그런데 사용내역에서부터 국민들은 기가 찹니다. 건물 벽을 고가 이태리 석재로 바꾸는 데만 7억 8천만 원을 썼거든요. 서울에서 아파트도 살 수 있는 이 어마어마한 돈을 그냥 2층짜리 단독주택의 외벽을 바꾸는 데 쓴 겁니다.
더 큰 문제도 있었죠. 리모델링 비용이 국회에서 허락한 예산보다 6억 7천만 원이나 많았는데, 이 금액은 사법개혁 같은 곳에 써야 할 예산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1, 2심 재판을 더 공정하게 하기 위해 써야 할 예산 4억 7천만 원까지 무단으로 끌어다 공관 리모델링에 쓴 겁니다.
국회에서 의결된 예산은 편성된 목적과 다르게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재정법이라는 법이 있거든요. 꼭 필요한 경우에도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이나 국회의 의결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명색이 대법원이 법 위에서, 예산을 마음대로 이리저리 갖다 썼으니 문제가 아주 심각한 거죠. 어느 대법원장 때 발생했느냐, 이런 건 문제의 본질이 아닙니다.
사과를 하는 것에도 원칙이 있다고 하죠.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되도록 빨리 사과하는 겁니다. 은근슬쩍 남 탓으로 돌리는 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진정성이 없어 보이죠. 하나 마나 한 사과인 겁니다. 자기 돈이라며 정말 이랬을까요. 8억 원어치 이태리 돌을 외벽에 붙였다고 대법원의, 대법원장의 품격이 더 빛난다고 생각을 하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