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마지막 주 거래된 서울 아파트 전셋집 가운데 보증금이 9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전체의 6.5%. 그런데 이 아파트들의 전세 가격이 1.27% 올랐습니다. 전세 보증금 3억에서 6억 원 사이의 아파트가 불과 0.19% 오른 데 비하면 엄청나게 오른 거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칼을 빼 들었습니다. 일부 고가 전세 주택 소유자에 대해 임대소득세 탈루 여부를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겠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집주인에게서 세금을 더 거둬들이겠다는 얘기죠.
물론 빼돌린 세금은 끝까지 추적해 받아내야 합니다. 그게 정의니까요.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세금이 늘어나면 집주인들은 전세 값을 올리게 되거든요. 전셋값을 잡자고 했던 게, 오히려 전셋값을 더 상승시킬 수 있는 겁니다.
또 전셋값이 오른 이유가 '고가 전세 소유자들의 세금 탈루', 이거뿐일까요. 양도소득세 감면을 위한 실거주 요건 강화로 전셋집에 들어가 살려는 집주인이 늘면서, 전세 매물이 줄고 있습니다. 재개발·재건축도 규제되니, 신규 전세를 공급할 아파트 물량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죠.
정부의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도 강남지역 전세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우리나라는 학교 문제와 부동산 문제가 한 데 엮여 있으니까요.
주택 소유자들의 도덕 불감증도 원인이겠지만, '정부 정책의 부작용' 또한 특정 지역의 전세가격을 올리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원인이 여러 개라면, 대책도 여러 개 맞춤형으로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사고의 전환은 정책에도 필요합니다. 지금이라도 시장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복원할 수 있는 맞춤형 대책이 마련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