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둔 이맘때가 되면 고향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뜨실 텐데요, 하지만 설이 달갑지 않은 이웃들도 있습니다.
한 평 남짓한 쪽방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C&M 김대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기자 】
설을 맞아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고 있는 영등포구의 한 백화점 앞.
사람들의 분주한 발길을 뒤로하고 옆 골목길로 들어서자, 나무판자로 지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이곳은 다름 아닌 쪽방촌입니다.
일생의 마지막 발붙일 곳을 찾아 9년 전 이곳까지 오게 된 라병훈 할머니는 걷기조차 힘든 상태.
라 할머니의 주름진 손은 이곳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겨운지 대변해 줍니다.
때문에 할머니는 설이 다가온다는 게 달갑지 않습니다.
▶ 인터뷰 : 라병훈 / 쪽방촌 거주민(90)
- "구정 때 늙은이가 하고 싶은 게 어디 있어요. 그냥 돈이나 넉넉하게 나왔으면 좋겠다 그 생각뿐이죠."
가족과의 생이별 뒤, 4년째 쪽방촌에 거주하고 있는 박기태 씨.
박 씨에게 명절의 기쁨은 오히려 슬픔을 안겨줬습니다.
지체장애 2급의 박 씨는 흩어진 가족을 찾을 길이 없어, 남들처럼 고향에 갈 수 없는 형편입니다.
▶ 인터뷰 : 박기태 / 쪽방촌 거주민(53)
- "다른 사람들은 명절 쇠러 가고 얼마나 행복해요. 전 정말 명절이 진짜 힘들고 생각하기 싫어요."
영등포 쪽방촌에 몸을 맡긴 사람들은 현재 500여 명 정도.
봉사단체에서 준비한 떡국이라도 맛봐야 비로소 설이 다가왔다는 것을 느낄 만큼, 이들의 삶에는 명절의 기쁨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 그리고 친지들과 모처럼 함께할 수 있다는 설렘을 안겨주는 민족의 명절 설.
▶ 스탠딩 : 김대우 / C&M 기자
- "하지만 쪽방촌 거주민들은 명절이 주는 기쁨을 느낄 틈조차 없이 하루하루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C&M 뉴스 김대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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