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를 한 시간 남짓 남기고 출전선수 명단이 전달됐을 때 기자석은 크게 술렁였다.
A매치 경험이 전혀 없는 새내기 이명주가 선발명단에 들어갔다는 것이 일단 놀라웠다. 그러나 스타팅 멤버는 감독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남일이 엔트리에서 숫제 제외됐다는 것은 꽤나 놀라웠다. 벤치명단에도 없었다. 그냥, 이름 자체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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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관계자는 “김남일이 근육 쪽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었다. 하지만 정도가 심각한 것은 아니다. 최강희 감독님께서 이란전까지 대표팀 소속으로 함께 간다고 말씀하셨다. 이란전에 나설 수도 있다”는 설명을 전했다. 뛸 수 없는 상황이면 소집해제 시키는 것이 수순이다. 곧, 못 뛸 정도의 큰 부상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그래서 더더욱 궁금했다. 도대체 교체 명단까지도 이름이 빠진 이유가 더욱 궁금했다.
우즈벡전 다음날인 12일 오전, 김남일과 전화통화에서 어이없는 이유가 밝혀졌다. 김남일은 스스로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최강희 감독도 어이없었던 결정이다.
김남일은 “레바논 원정 이후 몸 상태가 100%가 아니었다. 물론, 뛸 수 없는 정도는 아니다. 하루 이틀 축구한 것도 아닌데 내 몸 상태는 내가 더 잘 안다. 하지만 욕심을 낼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이유를 설명했다. 남들은 뛰고 싶어서 안달인데 스스로 자처했다는 것이다. 최강희 감독도 황당했다.
김남일은 “감독님께 말씀을 드리니까, 도대체 넌 뭐냐는 표정이셨다”며 멋쩍게 말했다. 그만큼 비상식적인 결정이었다. 훈련의 기본 틀도 김남일을 허리에 배치했던 상황이다. 게다 김남일은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자)에 단 2경기만 남겨두고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전과 오는 18일 이란전에 나서면 딱 가입조건을 채운다. 그 영광스러운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결정이었다. 실상, 지금이 아니면 다시 대표팀에 온다는 보장도 없는 김남일이다.
김남일은 “감독님을 비롯해 주위에서 그(센추리클럽) 이야기를 했는데, 내 욕심을 부릴 상황이 아니었다. 우리가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경기에 나를 생각할 수 없었다”면서 “내 스스로 생각해도 내가 완전한 상황이 아닌데 감독님은 끝까지 날 기용하시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제외시켜달라고 말씀드렸다”는 설명을 전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를 대처하는 최강희 감독도 대단했다.
최강희 감독은 김남일의 어이없는 보고를 받고 잠시 고민하다 간단한 주문을 전했다고 한다. 포기하지 말고, 이란전을 준비하라는 지시였다. 김남일은 그것이 또 황당했단다.
김남일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계신 사람인지 너무 궁금했다.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나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시더라. 포기말고 이란전 준비하라고 하셨다”면서 “선수 입장에서 내가 더 황당했다”는 말을 전했다. 공간이 국가대표팀이다. 부족하면 내치는 게 매몰찰 것 없는 판이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황당하게 팀을 생각한 선수를 황당하게 감싸 안았다. 어이없는 남자들의 싸움이었다.
진지한 이야기가 끝나자 김남일은 우즈벡전 결과를 언급하며 홀가분하게 웃었다. 후배들이 너무도 잘해줘서, 정말 이 악물고 뛰어서 승리한 결과에 너무도 만족한다며 행복한 웃음을 전했다. 그는 “어제는 단장으로 지켜봤는데, 애들이 잘해줬다”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전했다. 그리고는 “이제 물리치료 받으러 가야한다”며 또 웃었다. 대표팀은 금일 외출 및 외박 휴식 지시가 떨어진 상태다.
김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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