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가 그냥 좋아요.”
14년을 함께한 프랜차이즈 스타 조인성이 떠난 LG 트윈스의 고민은 안방마님의 부재였다. 경험 있는 포수가 없었던 LG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베테랑 포수 현재윤이 삼성에서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것. 현재윤은 LG맨이 된 것이 마냥 기쁘다. LG는 그에게 기회의 땅이었고, LG도 비어있던 안방의 주인을 찾았다.
현재윤은 투수 정현욱, 2루수 손주인과 함께 LG의 돌풍을 이끈 이적생 3인방의 핵심 멤버다. 올 시즌 LG의 주전포수로 자리를 잡고 안정된 리드로 팀을 이끌고 있다. 여유있는 안방마님 역할 뿐 아니라 타격에서도 재능을 뽐내고 있다. 23경기서 타율 0.271을 기록하며 알토란 활약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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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포수 현재윤은 올해 행복하다. 그래서 몸이 부서지더라도 자신을 받아준 LG를 위해 시즌 끝까지 뛰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사진=MK스포츠 DB |
현재윤은 자신의 역할 뿐 아니라 경험이 부족한 LG의 젊은 포수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현재윤과 함께 마스크를 나눠쓰고 있는 윤요섭은 “재윤이 형이 합류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휴식기를 앞둔 지난 21일 대구 삼성전. 현재윤은 자신의 존재감을 친정팀을 상대로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연장 10회 6-4로 역전에 성공한 2사 2, 3루 찬스서 ‘끝판대장’ 오승환을 울린 쐐기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9연속 위닝시리즈의 발판이었다.
휴식기에도 잠실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현재윤은 각오가 남달랐다. 삼성과의 경기는 크게 게의치 않았다. 현재윤은 “삼성이라서 다른 느낌이 있는 것은 전혀 없다. 8개 구단이 모두 똑같은 상대 팀일 뿐”이라며 “삼성에 서운한 것도 없다. 내가 못해서 기회를 잡지 못한 것 아닌가. 오히려 LG로 나를 보내준 삼성에게 감사하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나는 그냥 지금 LG가 좋다”고 강조했다.
현재윤은 올해 한 차례 큰 위기가 있었다. LG가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던 4월18일 광주 KIA전에서 오른손 골절 부상을 당했다. 이후 야 두 달 여만에 복귀했다. 그 사이 LG는 내리막을 걷다 다시 반등의 분위기에 있었다. 현재윤의 합류로 다시 탄력을 받았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현재윤에게 2개월의 부상 공백이 체력적으로 보완이 됐을까. 현재윤의 설명은 달랐다. 현재윤은 “사실 2군이 더 힘들었다. 1군은 경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지만, 2군에서는 아침부터 계속 훈련을 해야 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오른손 부상이 완벽하게 나은 것도 아니다. 지난 14일 잠실 넥센전에서 다친 부위에 다시 공을 맞아 괴로워하는 등 끊임없는 통증을 참아내며 경기에 나서고 있다.
장광호 LG 배터리코치도 현재윤의 체력에 대해 걱정이 많다. 장 코치는 “현재윤은 풀타임을 소화한 적이 없기 때문에 60경기 정도 소화를
하지만 현재윤은 체력적 핸디캡을 정신력으로 극복하겠다고 큰소리다. 현재윤은 “체력적인 문제가 생기더라도 무조건 해야 된다. 내년에 은퇴를 하더라도 끝까지 뛰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인 뒤 “올해 일을 내겠다. 감이 좋다”고 가을야구를 향한 희망찬가를 외쳤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