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목동) 이상철 기자] 시즌 처음, 그리고 16년 만에 순위표 맨 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하루 뒤 프로야구 LG 트윈스 선수단의 반응은 생각 외로 차분했다. 1위 팀 선수들답지 않게 하나같이 들뜨지 않았다. 어제의 기쁨도 오늘과 미래의 경기를 앞두고 그저 ‘과거’의 일일 뿐이다.
LG는 지난 20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5-3으로 이기며 삼성 라이온즈를 밀어내고 단독 선두를 차지했다. 1997년 7월 16일 이후 5879일 만의 1위였다. 태풍을 일으키며 순위를 한 계단씩 올라가더니, 넥센을 잡고 기어코 1위까지 올라갔다.
LG는 지난 20일 목동 넥센전에서 5-3으로 이긴 뒤 삼성을 제치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16년 만의 1위 등극이었지만, 하루 뒤 그 기쁨도 잊은 LG다. 사진=김재현 기자 |
21일 목동구장에서 만난 김기태 감독은 “쑥스럽다”라고 첫 마디를 뗐다. 그러면서 1위에 대한 감흥을 잊었다고 했다.
2위 삼성과 1경기차여서,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1위에서 미끄러질 수 있다. ‘1일 천하’가 될 수 있으니, 호들갑을 떨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김기태 감독은 “오늘 경기에 따라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케이크는 나중에 자르겠다. 언제까지 1위를 지킬지 모르나 힘을 내겠다”라고 짧은 소감을 전했다.
LG 선수들은 1위 자리에 대해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128경기 가운데 30경기가 남아있다. 3위 두산 베어스와도 4경기차다. 연패에 허덕이면, 곤두박질을 칠 수 있다. 기뻐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LG 선수들의 반응이다.
외야수 이진영(33)은 “10경기 정도는 남아야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지 않을까. 현재는 그저 매 경기 이기는데 집중을 할 뿐이다. 나를 비롯해 선수들 모두 1위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선참인 외야수 이병규(39)도 차분함을 잃지 않으려 했다. 이병규는 “30경기나 남았다. 순위 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다. 연패할 경우 추락할 수도 있다. 선수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흥분하지 않으려 한다. 그저 다른 팀에 대한 신경을 끄고 오늘 뛰는 경기만 집중해 이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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