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김원익 기자] “내 인생 마지막 포스트시즌이라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선다.”
LG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서 선발 투수 레다메스 리즈의 호투와 박용택의 맹활약에 힘입어 두산 베어스에 2-0 승리를 거뒀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서도 톱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박용택은 5타석 4타수 4안타 1타점 1볼넷 100%출루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된 인터뷰서 박용택은 두산에 대한 자신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올 시즌 박용택은 두산과의 16경기서 타율 4할1푼3리 3홈런 12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킬러였다. 박용택은 맹타에 대해 “개인적으로 두산 투수들이 입맛에 맞는다. 넥센이 유희관한테 당하는 거 보면 ‘왜 당하지? 얼굴보고 치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두산 선발진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3차전 선발 가능성이 높은 유희관을 도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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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안타 맹활약을 펼쳐 팀 승리를 이끈 박용택이 맹타의 비결과 함께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는 소감을 전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하지만 박용택에게 두산전을 자신을 끓어오르게 하는 특별함이 있는 일전이기도 했다. 박용택은 “고려대와 연세대 경기를 하는 것 같이 집중이 잘 되는 느낌이다”라며 “평소에 제스처 세리머니 잘 안하는데 두산전은 괜히 뭔가가 막 나온다”며 조금 다른 두산전의 감흥을 설명했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박용택이 자신의 대학시절 가장 뜨거웠던 경기에 비춰 라이벌전의 느낌을 설명한 것.
공식 기자회견의 생경함도 있었다. 박용택은 “공식 기자회견은 언제부터 했나”라며 미소를 지은 이후 “2002년에 이런 거 없었다. 플레이오프 MVP 출신인데 떨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용택은 2년 전 주장으로서 팬들에게 유광점퍼의 구입을 촉구했다가 LG가 시즌 막판 추락하면서 타 팀 팬들로부터 의도치 않은 조롱을 받았다. LG의 가을 야구의 상징이 된 유광점퍼와의 악연도 유쾌하게 풀어냈다. 박용택은 “2년 전 유광점퍼 얘기가...뭔가 가슴 속에 와”라며 당시의 마음 고생을 설명한 이후 “조울증이 오나. 눈물이 막 나려고 올라온다. (유광점퍼) 업체에서 뭔가가 나한테 와야 하는데”라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
농담 속에 여유를 섞었지만 각오는 분명하다. 박용택은 “11년 전에는 포스트시즌에 타석이 언제나 시즌 때처럼 오늘 못 치면 내일 잘할 수 있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젠 올해가 내 야구 인생에 마지막 포스트시즌 타석이란 생각이 들어서 공도 많이 보게 되고 더 집중력이 나오는 것 같다”며 비장한 마음과 맹타의 비결을 설명했다.
하지만 만족은 없었다. 박용택은 “오늘은 5점에서 7점 정도 되는 경기다. 기본이다. 10점까지 할 수 있었던 경기였는데...금방 감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LG의 입장에서는 3-4번을 이룬 이진영과 정성훈의 부진이 아쉬웠던 경기였다. 박용택은 “스타 기질이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걱정 안한다. 못 치고 이겨서 더 희망적이다. 이진영, 정성훈은 욕만 먹고 끝날 애들이 아니다”라며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징크스 때문에 수염을 깎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박용택은 “수염 밀면 마누라가 싫어한다”며 너스레를
2차전 박용택의 맹타의 비결은 기다림이었다. 박용택은 “유리한 카운트에서도 일부러 많이 안 치려고 했다. 공 하나하나가 아깝더라. 정말 좋은 공에만 나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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