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임성일 기자] 마지막에 웃은 이는 황선홍 감독이었다. 평소에 최강희 감독만큼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황선홍 감독도 김태수의 마지막 승부차기 슈팅이 성공되자 마음껏 날아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포항의 FA컵 2연패를 이끈 황선홍 감독은 선배 최강희 감독과의 ‘단기처방 마술전’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이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2013 하나은행 FA컵’ 결승에서 승부차기까지 이어지는 어려운 승부(1-1/4PK3) 끝에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연속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며, 포항은 통산 4회 우승으로 FA컵 최다우승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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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감독이 포항의 FA컵 2연패를 이끌었다. 단기처방의 달인 최강희 감독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면서 차세대에서 현세대로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사진(전주)= 김승진 기자 |
외국인 공격수 없이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포항은 마지막 결정력 부재에 어렵사리 시즌을 소화하는 중이고 전북 역시 이동국과 이승기라는 간판 공격수들이 모두 부상으로 빠져 제대로 된 힘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상대를 압도하는 전력을 갖춘 채 달리는 정규리그 선두가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FA컵의 비중은 컸다. 중요한 동기를 잃어버리면 추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양 팀 감독의 생각도 동일했다.
최강희 감독이 “FA컵은 무조건 우승해야한다”고 말한 것은 놓쳤을 시 팀에 가해질 후폭풍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현재의 팀 상태로 FA컵 결승에 오른 것도 박수 받을 일이지만 반드시 우승컵을 들어 올려야 한다. 결승에서 지는 것은 중간에 떨어지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황선홍 감독의 견해도 다르지 않았다. 황 감독은 “우리 팀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만약 FA컵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면 정규리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절대로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반드시 포항으로 우승컵을 가지고 가겠다”는 단호한 뜻을 밝혔다.
두 지도자의 같은 생각 속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과정이 아닌 벼랑 끝이라는 심정으로 맞붙었던 결승에서 후배 황선홍 감독이 선배 최강희 감독을 제쳤다. 토너먼트 대회의 특성상 집중력을 높여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감독의 단기처방은 상당히 중요하다. 실상 이 부분에 능한 감독이 최강희 감독이다.
최강희 감독은 2005년 여름 전북의 지휘봉을 잡고 바로 그해 FA컵 정상에 올랐다. 팀도 어수선한 상황에서 지금껏 감독 경력이 없었던 ‘최강희 카드’를 바라보는 주위의 반신반의를 비웃는 성과였다. 이듬해 FA컵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ACL에서는 놀랍게도 아시아까지 제패했다. 현재 ‘명문 전북’과 ‘명장 최강희’를 만든 초석이었다.
올해도 최강희 감독의 단기처방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대표팀 사령탑을 맡느라 1년 6개월 동안 팀을 비운 뒤 지난 6월 말 전북으로 복귀한 최강희 감독은 주위 예상을 깨고 빠르게 팀을 정비했다. 경기력은 예의 ‘닥공’과 거리가 있었으나 선수들의 정신력과 자세를 독려하면서 정상궤도로 이끌었다. 다시 발휘된 승부사의 단기처방이었다. 만약 다시 FA컵을 들어 올렸다면 더더욱 빛났을 성과다. 하지만 또 다른 승부사 황선홍 감독에게 발목이 잡혔다.
포항의 우승이 더 값진 것은, “결국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위의 평가를 번번이 이겨낸 승리이기 때문이다. ‘황선대원군’이라는 표현도 좋고, ‘스틸타카’라는 수식어도 매력적이나 결국 힘에 부쳐가고 있던 게 사실이다. 황선홍 감독은 “지금 리그 선두는 선두도 아니다. 어렵사리 버텨내고 있는 선수들이 고마울 따름이다”라면서 “선수들이 너무 잘해주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리더십을 전해왔다. 그 리더십이 결국 FA컵 2연패라는 열매를 맺었다.
전북과의 결승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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