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가 안방 주인 자리를 또 양보했다. 지난 19일 잠실더비로 치러진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 LG의 4-5, 1점차 패배. 한 번만 더 지면 가을야구도 끝이다. 아쉬움이 크게 남는 결정적 순간들이 LG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LG는 또 스스로 무너졌다. 실책 4개를 남발하며 경기 초반 두산 베어스에 주도권을 내줬다. 그리고 3-5인 9회초 마지막 공격. 수차례 득점 찬스에도 홈플레이트는 너무 멀었다. 결정적 승부처가 된 3회말과 9회초를 재구성해 보자.
지난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LG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3차전, 3회말 무사 만루 두산 김현수가 적시타를 치고 1루에서 수비와 충돌해 그라운드에 넘어져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악몽의 3회말이었다. LG는 1회초 선취점을 뽑으며 앞섰다. 그러나 3회말 수비에서 와르르 무너지며 꼬이기 시작했다. 발목을 잡은 것은 1차전을 재현한 수비 실책이었다. LG는 한 이닝 3개의 실책을 쏟아냈다. 역대 포스트시즌 한 이닝 최다 실책 타이기록. 모두 실점과 직결됐다.
LG는 내야수비에 변화를 줬다. 3루수 정성훈을 지명타자로 돌리면서 3루에 김용의가 들어갔고, 1루는 이병규(7번)가 맡았다. 여기서부터 꼬였다. 1루에 구멍이 났고, 3루에서도 어이없는 실수가 나왔다. 딱 맞는 옷이 아니었다.
첫 타자 김재호가 유격수 땅볼로 살아나갔다. 유격수 오지환의 1루 악송구였다. 그러나 1루수 이병규(7번)의 수비도 아쉬웠다. 선발 신재웅도 흔들렸다. 볼넷과 안타로 무사 만루 위기서 김현수를 상대해야 했다.
신재웅은 김현수를 1루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이병규(7번)는 곧바로 홈으로 송구해 3루주자 김재호를 포스아웃시켰다. 여기까진 깔끔했다. 이후가 문제였다. 포수 윤요섭이 병살을 잡기 위해 다시 1루로 공을 뿌렸다. 이 과정에서 참사가 벌어졌다.
너무 성급했다. LG의 내야수비는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신재웅의 1루 베이스 커버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2루수 손주인이 1루로 들어갈 기회도 놓쳤다. 윤요섭이 던진 공은 뒤로 흘렀다. 그 사이 2루주자 민병헌이 홈을 밟았다. 1루주자 임재철은 3루에서 김용의와 충돌했다. 심판의 판정은 김용의의 주루방해. 임재철마저 홈으로 들어왔다. 3루에서 멍하니 1루를 바라보고 있던 김용의의 수비 위치 실수였다. 가만히 서서 눈 뜨고 2실점을 헌납한 셈이 됐다.
결국 LG는 최준석과 이원석의 연속 안타로 추가점을 내줘 순식간에 1-3으로 뒤집혔다. 사실상 이날 경기의 승부를 가른 3실책이었다. 실책에 무너진 신재웅의 조기 강판도 막을 수 없었다.
결과론이지만, 1루 베이스 커버를 하던 신재웅과 김현수의 충돌로 김현수가 부상을 당해 정수빈으로 교체됐고, 정수빈은 환상적인 슈퍼캐치와 3타수 2안타를 때려내며 공‧수에서 맹활약, 이날 경기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LG 대주자 이대형과 문선재가 연속으로 홈을 파고들었으나 두산 포수 최재훈의 블로킹에 막혀 태그아웃을 당하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3-5인 9회초. LG는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뒷심이 살아났다. 마지막 기회를 잡으며 신바람을 탔다. 엄청난 집중력이었다. 1사 이후 김용의가 10구째 승부 끝에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터뜨렸다.
LG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침묵했던 클린업 트리오가 가동됐다. 이진영이 11타수 만에 천금같은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승부처에서 나온 한 방이었다. 4-5, 1점차 추격. LG는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진영을 대주자 이대형으로 교체했다. 승부수였다. 이대형은 LG에서 가장 발이 빠른 주자. 두산 투수 홍상삼의 폭투로 2루에 안착해 득점 찬스를 잡았다. 1차전 실책을 설욕하기 위한 정성훈이 좌전안타를 때려냈다. 극적인 드라마가 완성되는 듯했다. 이대형이 홈까지 질주했다.
그러나 두산 좌익수 임재철의 정확한 송구가 포수 최재훈에게 먼저 도착했다. 간발의 차이로 이대형은 태그아웃. 빠른 발도 어쩔 수 없었던 짧은 안타에 이은 호수비였다. 후속타자가 이병규(9번)였기 때문에 무리한 홈 승부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LG는 2사 2루 마지막 찬스를 이었다. 정성훈을 대신해 발 빠른 문선재를 투입했다. 두 번째 대주자 카드였다. 이병규(9번)는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터뜨렸다. 이번에도 문선재는 3루에서 멈추지 않고 홈까지 내달렸다.
행운의 여신은 LG에 없었다. 우익수 민병헌이 포수 최재훈을 향해 빨래줄 송구를 했고, 최재훈이 문선재를 온몸으로 블로킹하며 막아내 또 다시 태그아
야구는 항상 결과론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 ‘주자를 3루에서 멈춰 세웠다면’이라는 가정은 졌기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이다. 내야수비 변화와 마지막 홈 승부 모두 벼랑 끝 전술이 낳은 안타까운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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