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울산이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두고 리그 선두로 뛰어올랐다. 17승7무7패로 승점 58점이 된 울산은 포항과 전북(이상 승점 56)을 뛰어 넘었다. 2위 포항보다 1경기를 덜 치렀으니 보이지 않는 격차까지 포함된 단독 선두다.
승리의 주역은 ‘진격의 거인’ 김신욱이었다. 김신욱은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25분, 박스 안 왼쪽에서 한상운의 패스를 받아 반대편 포스트를 겨냥한 감아차기로 김용대 골키퍼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서울의 뒷심을 생각했을 때 1점 리드는 불안했고, 때문에 김신욱의 추가골은 승리를 지켜낸 값진 득점이었다.
울산이 서울을 잡고 리그 선두로 뛰어올랐다. 김신욱이 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신욱 덕분에 울산은 경기를 단순하게 즐길 수 있다. 반면 상대팀은 복잡하다. 사진= MK스포츠 DB |
김호곤 울산 감독은 “상위 스플릿에서는 이기는 경기를 펼쳐야한다. 단순하게 경기를 풀겠다. 우리는 다른 팀과 달리 김신욱이 있지 않는가”라면서 “팀이란 선수 구성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져야한다. 모든 팀이 브라질 같은 축구를 구사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말로 김신욱이라는 무기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맞춤 전술’을 펼치겠다는 뜻을 전했다. 복잡함을 버리고, 단순하고 정확한 승리 방정식을 활용하겠다는 의도였다.
김신욱이 골을 넣은 경기에서 울산은 9승2무2패라는 결과물을 냈다. 결국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이고, 경기력보다는 결정력에서 승패가 갈리는 법이다. ‘승리를 부르는 파랑새’ 김신욱 덕분에 울산은 단순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SIMPLE IS THE BEST’라는 문구가 생각나는 울산이다.
하지만 김신욱의 울산을 막아야하는 상대는 피곤하다. 김신욱 때문에 복잡해진다. 일단 높이가 두렵다. 미리 대비한다고 해도 사실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더 큰 괴로움은 김신욱의 ‘머리’만 생각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단순하게 높이만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헤딩에 능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발을 쓰지 못하는 선수가 아닌 까닭이다.
20일 서울전에서 나온 골 장면은 김신욱이라는 선수의 축구 센스를 잘 보여줬다. 한상운의 패스를 받자마자 곧바로 슈팅으로 연결하던 동작에는 전혀 군더더기가 없었다. 수비가 다소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슈팅을 결정한 판단력도 좋았다. 그리고 전성기 때 티에리 앙리의 슈팅을 떠올렸던 공의 궤적은 그의 킥이 머리 못지않은 레벨임을 입증했다.
포스트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도 상대로서는 괴롭다. 김호곤 감독은 “김신욱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처럼 헤딩 플레이에만 의존하지 않고 공간을 활용하는 플레이를 많이 펼쳐주고 있다. 김신욱의 활동 범위가 넓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공격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전했다. 키핑력을 갖춘 거구가 2선까지 내려와서 공간을 활보하니 막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제공권 신경 쓰기도 버거운
울산이 소리 없이 강한 행보로 결국 단독 선두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김신욱이라는 공격수의 공이 컸다. 결국은 골잡이를 보유한 팀이 이긴다. 김신욱 덕분에 울산은 단순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다. 물론, 그런 울산을 상대하는 팀들은 김신욱 때문에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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