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포항이 27일 황선홍 감독과의 2년 계약 연장을 발표했다. 지난 2011년, 3년 계약으로 친정 포항의 지휘봉을 잡았던 황선홍 감독은 이제 2015년까지 스틸야드의 수장직을 예약했다.
예견된 연장이었다.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FA컵을 거머쥐었고 2011시즌과 지난 시즌 모두 정규리그 3위에 올랐다. 올 시즌 역시 상위권을 내달리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포항은 계속해서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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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 황선홍 감독과 2년 재계약을 발표했다. 재계약 임기까지 무사히(?) 채운다면 황선홍 감독은 8년 동안 K리그에서 뛰며 6년 연속 한 팀의 지휘봉을 잡는 장수 감독이 된다. 사진= MK스포츠 DB |
대부분의 종목들이 크게 다르진 않으나 ‘파리 목숨’에 비견될 정도로 K리그 감독들은 수명이 짧다. 눈앞의 성적에 급급하고 당장 바라는 ‘순위’에 오르지 못하면 가차 없이 리더를 교체하는 일들은 그야말로 비일비재하다. K리그 30년 역사 속에서 1년을 채우지 못한 감독의 경우는 60번이 되고, 2년 안에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으로 확장하면 85번이나 된다. 계약 기간만 채워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흐름 속에서 재계약이란 흔치 않은 일이다.
대한민국 프로축구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한 팀의 감독직을 수행한 기록은, 현재 프로축구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정남 감독이 2000년 8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8년 4개월 동안 울산을 이끈 것이다. 그 다음은 김호 감독으로 수원의 창단과정부터 관여, 1996년 데뷔시즌부터 2003년까지 팀을 이끌었다.
한동안 장수 감독의 맥이 끊어졌다가 지난 2005년부터 최강희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2005년 7월 전북에 부임한 최강희 감독은 2011년 전북을 리그 정상으로 이끈 뒤 1년6개월 동안 국가대표팀으로 잠시 외도(?)한 뒤 올 시즌 다시 복귀한 상황이다. 최강희 감독의 임기는 2016년까지다. 임기를 마치면 K리그 역사상 최장수 감독으로 등극하게 된다. 이런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시로 바뀐다.
세계적인 장수 감독 알렉스 퍼거슨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27년을 함께 했다. 퍼거슨도 대단하지만 맨유도 대단했다. 수많은 영욕을 함께 나눈 구단의 동반자 정신이 아니었다면 세상은 퍼거슨이라는 명장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명장이란 영광스러운 수식어를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능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배경이 필수적이다. 시간적인 배경을 마련한 황선홍 감독의 능력, 그리고 그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도록 배경을 허락한 포항의 ‘아름다운 동행’은 분명 박수 받을 일이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2008년 부산아이파크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부산에서 3년을 보낸 황 감독은 곧바로 포항으로 이동해 올해까지 3년 임기를 꽉 채웠다. 앞으로의 2년 재계약 임기까지 무사히(?) 채운다면 황선홍 감독은 8년 동안 K리그에서 뛰며 6년 연속 한 팀의 지휘봉을 잡는 장수(長壽) 장수(將帥)가 되는
가뜩이나 스토리와 히스토리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K리그의 ‘단발성’ 풍토를 생각했을 때 황선홍 감독과 포항이 함께 써내려가는 ‘연속성’ 이야기는 꽤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는 노력과 성과가 병행되어야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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