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공항) 이상철 기자] 조범현 감독은 프로에 잔뼈가 굵다. 1982년 OB 베어스의 창단 멤버로 프로야구에 뛰어들었고, 1993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했다. 프로팀(SK, KIA)을 맡아 한국시리즈 우승 및 준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신생팀은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SK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도, 강병철 감독에 이은 제2대 감독이었다.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했다. 여건도 그리 녹록치 않다. 갓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젊은 선수들을 데리고 하나하나 가르쳐야 했다. 코칭스태프 구성도 차차 갖춰지는 등 어찌 보면 맨 땅에 헤딩을 하는 격이었다.“처음에는 앞이 캄캄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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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현 KT 감독은 밑바닥부터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프로 경험이 일천한 젊은 선수들에게 절실함을 갖고 임할 것을 강조했다. 사진=MK스포츠 DB |
KT는 10월 1일부터 남해에 캠프를 차리고 47일 동안 훈련을 했다. 프로 경험이 일천한 선수들을 데리고, 체력 강화에 힘썼다. 당장 무언가를 기대하기보다는 다음을 위한 포석으로 삼았다. 그리고 하나하나 해보니 하나하나 풀어지기 시작했다.
조범현 감독은 “83일간의 애리조나 전지훈련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체력적으로 잘 준비하려 했다.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성공적으로 마쳤다”라며 흡족해 했다.
눈에 띄는 선수들도 여럿 있었다. 심재민, 유희운, 박세웅, 고영표(이상 투수), 문상철, 김병희, 장형진(이상 야수) 등이 조범현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조범현 감독은 “다들 앞으로 크게 성장할 자질을 갖췄다”라고 했다.
희망 섞인 앞날이 보이지만,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조범현 감독은 훈련 못지않게 선수단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는데, 젊은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잘 다듬어지기를 바랐다.
조범현 감독은 “우린 다들 학생들이다. 프로 경험을 쌓아야 하나 먼저 하나의 팀이 되어야 한다. 각자 프로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스스로 느끼면서 야구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절실하게 야구를 해야 한다. 그 절실함이 없으면 프로 세계에서 성공할 수 없다. 몇몇 선수들은 절실함이 부족해 돌려보내기도 했다. 나도 안타깝다. 선수들이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조범현 감독도 큰 욕심을 버렸다. 팀에 색깔을 입히기보다 선수 파악에 집중하려 한다. 조범현 감독은 “어떤 야구를 하겠다고 말하긴 이르다. 일단 각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이를 체크한 뒤에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려가려 한다”라며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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