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끝날 때 끝난 게 아니다. 그러나 끝내 기적은 없었다.
1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잠실 라이벌전. 8회초 두산의 공격이 끝나자 잠실구장을 찾은 LG 홈팬들 하나 둘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스코어는 4-12로 두산의 압승이 예상됐다. 잠실구장 밖에는 LG 유니폼을 입은 관중들이 허탈한 표정을 지은 채 바쁘게 집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나 8회말 LG 공격. 심상찮은 분위기가 흘렀다. 1사 만루. 이병규(7번)가 두산 구원투수 김강률을 상대로 추격의 만루 홈런을 폭발시켰다. 단숨에 8-12로 따라붙었다. 엄청난 함성이 잠실구장을 울렸다. 그러자 발길을 돌렸던 팬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생중계로 경기 상황을 확인하곤 다시 야구장으로 앞 다퉈 돌아왔다.
↑ 두산 베어스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경기서 타선의 화력과 주자들의 재치에 힘입어 13-12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LG는 다섯 번째 투수 정찬헌이 마운드에 올랐고, 포수 최경철과 김재민이 모두 대타로 교체돼 내야수 박경수가 생애 처음으로 마스크를 썼다. 박경수는 온 몸을 써가며 실수 없이 포수 역할을 해내는 집중력을 보였다.
그러나 두산은 LG의 대추격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9회초 홍성흔이 선두타자 안타를 만들어낸 뒤 대주자 최주환과 교체했다. 1사 후 오재일이 2루타로 2, 3루 찬스를 잡은 뒤 양의지의 고의4구 이후 김재호의 희생플라이로 귀중한 추가점을 보태 13-11로 달아났다.
LG는 9회말 무너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역전을 노렸다. 선두 브래드 스나이더가 우전안타로 찬스를 만든 뒤 이진영이 2루수 앞 땅볼을 친 뒤 전력질주로 내야안타를 만들어냈다. 투혼이었다. 이어 만루포의 주인공 이병규(7번)가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때려내 스나이더를 홈으로 불러들여 12-13으로 다시 추격했다.
그러나 주루플레이가 아쉬웠다. 1루주자 이진영이 홈까지 쇄도하지 못하고 3루에 멈춘 사이 이병규가 2루를 지나 오버런을 하면서 태그아웃 되면서 흐름이 끊겼다. 기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두산은 이현승 대신 정재훈을 마운드에 올려 정의윤을 바깥쪽 꽉 찬 공으로 스탠딩 삼진을 잡아낸 뒤 임재철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쫓고 쫓기는 명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8회말 1사 만루 LG 이병규가 만루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두산 타선도 홈런 3개를 포함해 16안타를 몰아치며 화끈했다. 김현수가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4득점으로 펄펄 날았고, 오재일도 4안타를 때려내며 개인 통산 최다 4타점을 올렸다.
반면 LG는 선발 류제국이 5이닝 10피안타(2홈런) 7실점으로 무너지며 시즌 5패(4승)째를 당했다. 무서운 추격전을 펼친 타선에서는 이병규가 만루포를 포함해 5타점, 이진영이 4안타 3타점을 기록했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패해 고개를 숙였다.
두산은 37승39패로 5위를 유지하며 위닝시리즈로 웃었고, LG는 33승44패1무로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올 시즌 라이벌전 상대 전적은 두산이 6승5패로 한 발 앞서 나갔다. LG는 이날 비록 졌지만, 마지막까지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위한 독한야구를 선보였다.
경기를 마친 뒤 송일수 두산 감독은 “타
김현수는 “내가 잘 풀린 것보다 오늘 경기를 이긴 것이 더 의미가 있었다”며 힘겨운 승리에 대한 감격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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