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스즈키 이치로(41)와 추신수(32), 둘은 한때 시애틀 구단 소속이었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외야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선수 모두 이미 훌륭한 모습을 남겼다. 현재 처한 위치도 다르다. 한 명은 이제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에 접어들었고, 한 명은 이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다. 같은 시기를 놓고 직접 비교하는 것은 바보 같고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감히 둘의 얘기를 함께 꺼내려고 하는 것은 마치 운명의 여신이 장난이라도 친 듯, 둘의 희비가 묘하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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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수에게 2014시즌 전반기는 고난의 시간이었다. 사진= 조미예 특파원 |
FA 자격을 획득한 추신수는 2014시즌을 앞두고 텍사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거에게 평생 한 번 오기 힘든 ‘대박 계약’의 기회를 잡은 것. 지난 시즌 신시내티에서 1번 타자로서 보여준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였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그는 행복한 사나이였다.
같은 시간, 이치로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양키스는 FA로 카를로스 벨트란을 영입했고, 그는 전력 구성에서 제외됐다. 2013년 150경기에서 타율 0.262 OPS 0.639로 부진한 한 해를 보낸 결과였다. 트레이드 가능성까지 제기됐다(양키스의 트레이드 추진은 엉뚱하게도 휴스턴 애스트로스 구단 내부 문건이 유출되면서 사실로 드러났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게 없는 얘기였다. 한 명은 이제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한 태양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저물어가는 해였다.
부상이 만든 반전
그러나 전반기가 끝난 지금, 둘의 상황은 미묘하게 변했다. 노을은 생각보다 더 붉게 타올랐고, 높이 뜬 태양은 구름에 가렸다. 이치로는 기대 이상, 추신수는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치로는 전반기 81경기에 출전, 타율 0.297 OPS 0.684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오르지 못한 시즌 타율 3할의 고지도 이번에는 노려볼 만하다. 전반기 양키스 우익수 중 가장 좋은 타율(0.292)을 기록하며 자기 자리를 지켰다.
추신수도 주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불안했다. 전반기 90경기에서 타율 0.242 OPS 0.738에 그쳤다. 최후의 자존심이었던 4할 출루율도 무너지면서 0.376에 그쳤다. 주전 선수로 발돋움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출루율이다.
부상이 두 선수의 운명을 갈랐다. 이치로는 우익수 경쟁자였던 벨트란이 팔꿈치 부상, 안면 골절 등 이런저런 부상으로 부진한 사이 자기 몫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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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하더라도 처치 곤란한 노장 선수였던 이치로는 이번 시즌 주전 우익수 자리를 지켰다. 사진= 조미예 특파원 |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동료들의 부상이다. 이번 시즌 텍사스는 부상이 마치 전염병처럼 퍼졌다. 부상자 명단에 오른 선수로 스타팅라인업을 짜는 것이 더 쉬울 정도였다. 정도도 심했다. 데릭 홀랜드(무릎), 프린스 필더(목), 주릭슨 프로파(어깨), 마틴 페레즈(팔꿈치), 지오바니 소토(무릎) 등 핵심 선수들이 전열에서 이탈했다. 중심 타선에 공백이 생기다 보니 추신수가 3번으로 내려가는 일이 잦아졌다. 1번 자리에 익숙한 그에게는 독이었다.
팀을 구하기 위해 추신수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타선이 터지면 마운드가 같이 무너지고, 마운드가 살면 타선이 죽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여기에 더위가 찾아왔다. 추신수도, 팀도 하락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텍사스는 ‘만년 최하위’ 휴스턴에게마저 지구 최하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추신수, 후반기 활력 되찾을 수 있을까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상황은 최악이 됐다. 서서히 그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형 FA 계약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부터 급기야는 트레이드 주장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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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수는 수비를 할 때 더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발목 부상의 여파로 지명타자 출전 빈도가 늘어나면서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사진= 조미예 특파원 |
후반기 전망은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여름에 부진했다가 다시 치고 올라오는 최근의 흐름을 볼 때, 추신수의 후반기는 전반기보다 더 나을 가능성이 높다. “휴식기 활력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는 론 워싱턴 감독의 바람처럼 활력을 되찾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 추신수 2014시즌 월별 성적
3/4월 23경기 타율 0.303 출루율 0.433 장타율 0
5월 28경기 타율 0.279 출루율 0.395 장타율 0.442 4홈런 11타점 15볼넷 26삼진
6월 26경기 타율 0.179 출루율 0.242 장타율 0.520 1홈런 11타점 11볼넷 26삼진
7월 13경기 타율 0.191 출루율 0.328 장타율 0.668 2홈런 4타점 9볼넷 15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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