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UFC 헤비급(-120kg) 8위 로이 넬슨(39·미국)이 2012 K-1 월드그랑프리 챔피언 미르코 필리포비치(41·크로아티아)에게 이름도 기억되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넬슨은 ‘크로캅’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필리포비치를 UFC 137 메인카드 제3경기에서 3라운드 1분 30초 만에 TKO로 이긴 바 있다.
크로아티아 일간지 ‘24사타’는 25일(한국시간) “인터뷰에서 크로캅은 자신의 UFC 마지막 상대였던 넬슨을 기억하지 못했다”면서 “이에 동석했던 코치가 ‘뚱보’라는 힌트를 줬다. 그럼에도 크로캅은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여 ‘뚱보? 그게 뭔데?’라고 되물었다. 어쩔 수 없이 관련 질문 및 답변은 생략됐다”고 보도했다.
크로캅은 오는 4월 12일 오전 4시부터 폴란드 ‘크라쿠프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64’의 메인이벤트로 가브리에우 곤자가(36·브라질)와 대결한다. 넬슨전 패배 후 1261일 만의 UFC 복귀전이다.
곤자가와도 크로캅은 악연이다. UFC 70의 헤비급 도전자결정전에서 1라운드 4분 51초 만에 헤드 킥으로 KO패를 당한 바 있다. 1999 K-1 월드그랑프리 준우승이라는 최정상급 킥복싱 경력을 자랑했던 크로캅이 그래플링 전문가 곤자가에게 다름 아닌 입식 타격으로 무너진 것은 그야말로 일대 사건이었다. MMA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이변으로도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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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캅(왼쪽)이 프라이드 시절 고이즈미 준이치로(오른쪽) 일본 총리의 관저를 방문하여 글러브를 끼고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일본 도쿄)=AFPBBNews=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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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넬슨이 ‘파이터 온리 월드 MMA 어워드 2011’에 도착하여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미국 라스베이거스)=AFPBBNews=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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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캅(오른쪽)과 곤자가(왼쪽)가 ‘UFC 파이트 나이트 64’ 메인이벤트에서 대결한다. 사진=UFC 트위터 공식계정 |
넬슨전 패배를 끝으로 UFC를 떠난 크로캅은 9년 만에 킥복싱에 복귀함과 동시에 MMA도 병행했다. 킥복싱 선수로는 2002년부터의 4연승에 더해 10연승을 구가하는 등 최근 12전 11승 1패의 호조였다. 이 과정에서 전성기에도 이루지 못했던 K-1 월드그랑프리 제패의 꿈도 이뤘다.
MMA에서는 최근 4전 3승 1패다. 그러나 ‘1패’가 과거부터 약점으로 지적됐던 유술 방어 때문이라는 것은 부정적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2013년 11월 8일 개최된 ‘레전드 파이트 쇼 2’라는 대회에서 알렉세이 올레이니크(38·러시아)에게 1라운드 4분42초 만에 ‘스카프 홀드 헤드록’이라는 조르기 기술에 항복했다.
곤자가와의 1차전에서도 크로캅은 KO 당하기 전까지 그래플링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라운드에서 불리한 위치에 몰린 후 숱한 팔꿈치 공격에 일방적으로 맞았다. 곤자가는 2006 세계주짓수선수권대회 검은 띠 부분 울트라헤비급(+100.5kg) 금메달리스트다.
UFC가 지난 24일 발표한 순위에서 곤자가는 헤비급 14위에 올라있다. 타이틀전까지 치렀던 전성기와는 거리가 있으나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선수다. 그래플링 약점이 여전한 크로캅이 2913일 만의 재대결에서 설욕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크로캅 헌정 영상.
[dogma01@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