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두터운 전력을 자랑하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시범경기에 긍정적인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치열한 팀내 선의의 경쟁이다.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사뭇 절박한 생존 경쟁이기도 하다. 이 절절한 선수들의 노력이 올해 두산의 탄탄한 경쟁력을 만들고 있다.
두산은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시범경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서 4-3 승리를 거뒀다. 선발 진야곱 포함 두산 불펜진은 호투를 펼쳐 이날 승리에 기여했고 외야수 정진호는 7회 동점 홈런 포함 2타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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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야수 정진호(좌)와 좌완투수 진야곱은 1군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그래서였을까. 이날 기회를 잡기 위한 이들의 분전은 돋보였다. 먼저 진야곱은 7자리의 불펜진에 포함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역투를 펼쳤다.
선발 등판한 진야곱은 4⅔이닝 동안 1피안타 4볼넷 4탈삼진 2실점(1자책)의 호투로 1군 진입에 희망 등불을 켰다. 최고 구속 148km를 기록한 직구는 힘이 넘쳤고 변화구도 예리하게 꺾였다. 경기 중반 이후 제구가 흔들리기 전까지 자신감 넘치는 투구로 두산 코칭스태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진야곱의 1군 불펜 생존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앞서 김 감독은 개막 엔트리에 12명의 투수를 가져가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마무리 윤명준, 셋업맨 후보 김강률-함덕주, 좌완 장민익, 사이드암 오현택까지 5명의 유력 후보들에 더해 베테랑 우완 이재우까지 1군 엔트리를 차지할 것이 유력하다. 시범경기서 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재우가 막판 엔트리서 탈락한다고 해도 남은 자리가 바늘구멍인 것은 마찬가지다.
진야곱은 시범경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사이드암 변진수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다. 거기에 최병욱, 이원재, 이현호 등의 자원도 진야곱을 충분히 위협할만하다.
그래서 일까. 첫 선발 등판 내용을 복기한 진야곱은 끝으로 “시범경기 남은 기간 더 등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잘해서 꼭 1군에 남아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야수진의 유력 1군 진입 멤버로 꼽히고 있는 정진호 역시 벼랑 끝의 심정이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7회 귀중한 솔로홈런을 때려내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정진호는 경기 종료 후 “최근에 부진해서 히팅포인트를 뒤에 두고 타격에 임했다”며 “최근에 잘 맞지 않아서 마음이 조급했다. 시범경기 앞선 타석에서 좋은 타구가 나왔지만 수비수들에게 잡히면서 여유가 없어졌다. 그래서 부진했던 것 같다”며 앞선 부진의 원인으로 ‘조급한 마음’을 꼽았다.
그도그럴것이 투수들보다 더 탄탄한 야수진에 빈 자리는 사실상 한 자리 뿐이다. 정진호는 수많은 후보들과 함께 이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다.
김태형 감독이 여러차례 1군 엔트리에 들 마지막 야수 후보로 꼽기도 했던 정진호는 하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5경기서 10타수 1안타에 그치며 부진했다.
홈런 한 방으로 그간의 부진도 털어버렸다. 홈런에 대해서는 “선두타자였기 때문에 홈런을 친다기 보다는 출루를 생각하고 가볍게 타석에 들어섰는데 타이밍이나 포인트가 맞아서 넘어가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올해의 절박한 목표는 1군 생존이다. 정진호는 “내가 어린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절박하고 또 더 잘 해야 될 것 같다”며 “올해는 1군에서 풀타임으로 활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시
절박함만으로 이룰 수 없는 것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캠프 내내 이들이 흘렸던 땀방울이 김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고, 시범경기 기회를 만들었다.
진야곱과 정진호로 대표되는 긍정적인 경쟁이 올해 두산의 희망 등불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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