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세영 기자] 직접적으로 벤치클리어링을 촉발시킨 원인은 두산타자 오재원과 NC투수 에릭 해커간의 감정싸움이었다. 이들은 어떻게 악감정이 쌓이게 되었을까?
27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펼쳐진 2015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간의 대결은 NC의 7-1 완승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날의 경기결과보다 초점이 모아진 것은 7회초 터진 벤치클리어링이었다.
7회 선두타자로 나선 오재원은 1B 2S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타임을 요청했다. 심판은 이를 받아들였고 해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해커는 이미 와인드업 자세를 취한 뒤라 밸런스를 잃고 말았다. 와인드업 이후 예민해진 해커는 공을 포수 위로 던져버렸다. 이 상황은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지는 발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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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K스포츠 DB |
먼저 오재원은 야구규칙인 타자의 의무(6.02) 사항을 어겼다. 타자 관련 규칙에는 ‘타자는 투수가 세트 포지션으로 들어가거나 와인드업을 시작하였을 경우 타자석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주심은 일단 투수가 와인드업을 시작하거나 세트 포지션에 들어가면 타자가 어떠한 이유를 대거나 요구하더라도 타임을 선언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되어 있지만 주심은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해커 입장에선 썩 내키지 않은 상황이다. 주심은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타임을 요청하면 허용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투수가 투구자세를 취한 뒤에는 타자의 행위를 구속해야 한다.
와인드업 포지션에 들어간 해커는 20초 이내(주자 없을 시)에 어떻게든 공을 던져야 한다. 투수관련 규칙(8.01)에는 와인드업 포지션에서 ‘투수는 타자에 대한 투구와 관련된 동작을 일으켰다면, 중단하거나 변경함이 없이 그 투구를 완료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물론 해커도 타자의 준비동작을 충분히 체크했어야 했다. 심판의 수신호를 확인한 뒤에도 감정적으로 공을 포수 위로 강하게 뿌린 것은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직접적으로 벤치클리어링을 야기한 상황을 보자. 해커는 오재원의 1루수 앞 땅볼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갔고, 오재원을 아웃 처리했다. 이때 해커는 1루 벤치로 들어가는 오재원을 향해, “get in the box(타석에 들어가라)”고 소리쳤다. 해커가 어긴 사항은 경기 중 금지사항(4.06)인 ‘어떤 방법으로든지 상대팀의 선수, 심판원 또는 관중을 향해 폭언하는 것’에 해당한다.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를 자극하는 말은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다.
결국 이들은 강하게 언쟁을 벌였고, 그라운드에 양 팀 선수들이 쏟아져 나와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이 상황에서는 두산 벤치 쪽에서 해커를 향해 던진 공이 문제시 됐다. 주심은 공이 날아온 방향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심판진 모두가 두산 벤치로 다가가 상황을 정리했다. 결국 가장 먼저 경기장 안으로 난입해 몸싸움을 벌인 장민석에게 퇴장조치가 내려졌
양 팀 모두 이날 벤치클리어링으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두산은 마산 원정 2연패로 선두 자리와 선수 한 명을 잃었고, NC는 팀 최다인 7연승과 1위 자리를 차지하고도 웃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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