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한승혁(22·KIA)은 지난 7일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지난 6월 12일 말소된 지 25일 만이었다. 그토록 다시 밟고 싶은 1군 무대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한승혁의 표정은 25일 전 만큼이나 어둡다.
계획보다 늦은 합류다. 김기태 감독은 당초 2주를 고려했다. 그러나 2군에서 구위 회복이 더뎠다. 그러다 지난 3일과 5일 퓨처스리그 롯데전에서 총 3이닝 3탈삼진 퍼펙트를 한 뒤 콜업을 받았다.
한승혁은 지난달 2군행에 대해 ‘실력 미달’이기에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면서 잘못된 부분을 고치면서 시련을 이겨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매일 경기에 뛰고 싶을 정도로 1군 생활이 정말 재밌다”고 했다.
채 1달이 안 됐지만 2군 생활은 힘들었다. 그리웠던 1군 무대에 돌아오니 가슴이 벅찼다. 한승혁은 “더 빨리 돌아와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죄송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었다. 마지막 퓨처스리그 2경기의 느낌이 좋았는데, ‘올인’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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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의 한승혁은 1군 무대로 돌아왔지만 혹독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경기에 등판했으나 깔끔하진 못했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KIA는 뒷심 부족으로 모두 역전패를 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공교롭게 1군 복귀의 첫 상대도 넥센이었다. 8일 3-2의 불안한 리드 속에 7회 1사 2루에서 등판했다. 폭투로 시작한 그의 복귀투는 볼넷으로 이어지며 1,3루의 위기에 몰렸지만, 곧 식은땀을 닦아냈다.
하지만 꼬였다. 8회 최용규의 수비 미스가 화근. 승계주자를 남겨두고 윤석민에게 바통을 건넸지만 4-4 동점. 한승혁의 1실점은 개운치 않았고, 깔끔하지 않은 복귀 무대였다. “던져봐야 알 것 같다”라고 했으나 이런 그림을 상상하진 않았다.
이틀 뒤에도 한승혁은 웃지 못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KIA는 다시 한 번 한승혁을 불렀다. 10일 문학 SK전에서 조쉬 스틴슨이 4-4 동점을 허용하며 강판된 뒤, 공을 잡았다. 1사 2,3루의 역전 위기.
출발은 괜찮았다. SK의 스퀴즈번트를 예상, 낙차 큰 포크볼로 허를 찌르며 3루 주자를 잡았다. 큰 고비를 넘기는가 싶었다. 그러나 나주환에게 던진 포크볼이 생각대로 떨어지지 않았으며, 그 실투는 역전 2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KiA는 이 열세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한승혁도 홈런을 맞은 뒤 쓸쓸하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1군 복귀 후 두 번의 등판 기회를 얻었다. 패전처리가 아니었다. 숨 가쁘게 치러지는 경기의 승부처에 투입됐다. 막아야 했다. 그런 모습을 상상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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