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왜’ 괴물 독수리가 빠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휴식 차원 때문이란다. 그러나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걸 감안하면, 의구심을 낳을 수밖에 없다. 진짜 휴식인지, 아니면 다른 속내가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한화는 ‘모험’을 걸었다.
뒤늦게 합류한 에스밀 로저스는 한화가 진정 원했던 ‘에이스’였다. 5경기의 평균자책점은 1.79였다. 피안타율 .149와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79를 통해 그가 얼마나 위력적인 공을 던졌는지를 알 수 있다. 40⅓이닝을 책임졌던 계산 가능한 ‘완투형 투수’였다.
많은 공을 던지긴 했다. 로저스는 5경기에서 총 599개의 공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119.8개다. 최소 투구수도 지난 11일 수원 kt전의 108개. 하지만 최근 3경기 연속 120개(123개-123개-129개)를 넘겼다.
로저스는 5일 간격으로 등판했다. 22일 광주 KIA전만 6일 만이었다. 5일마다 등판은 선발 로테이션에서 결코 짧은 간격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아주 흔하다(물론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자원이었다. 210경기 중 선발 43경기). 피로가 누적됐다면, 등판 일정을 조정하는 선에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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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의 에스밀 로저스는 지난 27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오는 9월 1일 혹은 2일 예정된 청주 KIA전 등판을 거르게 됐다. 사진(광주)=김영구 기자 |
한화는 이 대단한 투수를 ‘당분간’ 잃었다. 한화는 28일까지 총 116경기를 가졌다. LG(117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경기수다. 지난 28일 NC를 꺾고 5위 자리를 탈환했지만, 6위 KIA와 승차는 없다. 그리고 KIA는 한화보다 2경기를 덜 치렀다. 기회가 더 많이 남았다.
로저스는 열흘간 1군 엔트리에 등록할 수 없다. 정상적인 몸 상태라면, 로저스의 다음 선발 등판은 오는 9월 8일 LG전이다. 우천순연 경기가 추가되지 않을 경우, 19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이다. 로저스에겐 최소 네 번 정도의 선발 등판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로저스가 부상이 아니라면, 한 차례 등판을 거르는 것뿐이다. 네 번을 위해 한 번을 아끼는 셈이다.
한화는 28일 마산 NC전부터 9월 6일 대전 두산전까지 총 9경기를 로저스 없이 치른다. 그런데 그 사이 KIA와 두 차례 맞대결이 끼어있다. 9월 1일과 2일 청주에서 맞붙는다. 정상적인 등판 순서라면, 이 청주 2연전 중 한 경기에 로저스의 차례가 돌아온다. 로저스는 지난 22일 KIA를 상대로 10탈삼진 완봉승을 했다. 게다가 KIA는 그 두 경기에 1~3선발 카드를 쓸 수 없다.
5위 경쟁팀과의 맞대결은 중요하다. 승차 1경기가 2경기로 벌어지거나 0경기로 좁혀질 수 있다. ‘승차 2경기’의 의미를 지닌 경기에 가장 확실한 승리카드를 포기했다. 청주 2연전이 우천 순연되지 않을 경우, 한화는 로저스 복귀 이후 KIA, SK, 롯데와 2경기씩만을 남겨둔다. 대단한 결단력일지 모른다. 또 다른 표현으로 모험이다.
로저스 선발 등판 경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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