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kt 위즈는 홈경기 시작 2시간 전쯤 그날의 선발 라인업을 확정해 더그아웃의 화이트보드에 적어둔다. 선수들도 대개 이 시간에 선발 출장 명단을 확인하고 그날 경기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 주전이 아닌 백업 선수들에게 이 화이트보드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지난 5일 경기를 앞두고 유달리 긴장하는 두 명이 있었다. 내야수 김영환(22)과 김선민(25). 김영환은 이날로 선발 출장이 3번째였고, 김선민은 2번째였다. 2루수 박경수와 유격수 박기혁이 부상으로 결장하게 된 사이 선발 출장 기회가 돌아간 것. 2루수 자리는 박경수와 문상철을 거쳐 ‘넘버 3’ 김영환에게 돌아왔고, 유격수 자리 역시 박기혁과 심우준을 지나 김선민에게 주어졌다.
둘은 평소 절친한 사이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를 거친 공통점이 있는데다 김선민의 동생과 김영환이 이전부터 친구라 둘도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지난 시즌부터 kt서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하고, 내야 백업을 두고 경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1군의 벽은 높았다. 올 시즌 1군 무대를 몇 번 밟지 못했고 위즈파크보다는 2군 구장인 성균관대 야구장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 kt 위즈 내야수 김영환에게 지난 5일 수원 NC전은 잊지 못할 경기였다. 절친한 형 김선민과 키스톤 콤비를 이뤄 출장했고, 데뷔 첫 홈런을 기록했다. 경기 종료 후 홈런 인형을 들고 웃고 있다. 사진(수원)=강윤지 기자 |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둘은 경기 1시간여를 앞두고 더그아웃과 라커룸을 왔다 갔다 하며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긴장한 탓에 김선민의 걸음걸이는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같은 팔과 다리가 나갈 듯한 느낌. 김영환도 얼굴에 ‘긴장’을 써 붙이고 다녔다. 둘은 그래도 “성대 키스톤이 같이 나간다”며 설레는 감정을 더 내비쳤다.
경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지나갔다. 수비에서는 나름대로 매끄러운 호흡을 보여줬다. 공격에서도 활약했다. 형 김선민은 1회 희생타로 타점을 올려 공격 흐름을 이었고, 동생 김영환은 데뷔 첫 홈런을 포함, 3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김영환은 처음으로 수훈선수에 선정돼 방송 인터뷰, 단상 인터뷰의 주인공도 됐다.
김영환은 경기 후 “긴장이 정말 많이 됐다. 홈런 치고 그 다음 타석에 안타까지 치고 나서 6회가 지나니까 그제야 좀 풀리더라”면서 “수비에서도 계속 어려웠다. 긴장도, 부담도 너무 많이 됐다”고 1군에서의 3번째 선발 출장 경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8월 2일, 15일에 이어 이번이 3번째에 불과하니 김영환에게는 경기가 긴장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래도 ‘성대 키스톤’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
“긴장이 너무 많이 됐다. 그래도 김민재 수비코치님, 이숭용 타격코치님과 (박)경수 선배님의 조언과 파이팅에 힘이 생겼다.” 이야기를 하던 중 김영환은 김선민을 챙기기 시작했다. 취재진에 “선민이형 얘기 좀 꼭 넣어달라”는 부탁. “선민이형이랑 키스톤을 해서 좋았다. 선민이형이 타석 들어설 때마다 긴장하지 말라고, 잘 칠 수 있을 거
kt 내야진의 미래가 될 김영환과 김선민은 서로를 다독이며 오늘도 한 걸음 앞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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