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예 하나 든다. 아이가 아프다. 얼마 전 첫째를 출산한 부모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발만 동동거린다. 119라는 숫자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이를 셋 둔 부모는 상황 대처가 빠르다. 신속하게 응급처치부터 한다. 속으론 조급할지언정 행동에선 여유가 묻어난다.
두 부모의 차이는 육아 경험에서 온다. 이렇듯 긴박한 상황에서 경험의 힘은 무시 못 한다.
23일 광주FC 원정에서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36, 전북 현대)은 종료 직전 2-1 결승골을 넣었다. 이 두 골로 득점 1위 김신욱(27, 울산 현대)에 한 골 뒤진 득점 3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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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범 감독은 2014 시즌 성남FC의 잔류와 FA컵 우승, 올 시즌에는 스플릿A 진출까지 일궜다. 사진=MK스포츠 DB |
시쳇말로 ‘고기를 먹어본 사람’이 노릇노릇 잘 구워 먹었다. 팀은 승리가, 선수는 골이 간절한 시기에 고기 굽는 스킬을 발휘했다.
김학범 감독은 2005년 성남 일화를 시작으로 강원, 성남FC를 거치며 현재까지 K리그에서만 310경기를 소화했다. 우승권과 강등권을 오갔고, 우승도 시켜보고 잔류도 시켜봤다. 소위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경험했다. 상대팀 감독들이 ‘이상하게 성남만 만나면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건 상대 수를 읽는 김학범 감독의 혜안 때문이다.
이동국은 지난 17시즌 동안 K리그에서 407경기를 뛰어 역대 최다인 180골(65도움)을 넣었다. 2009년 전북 입단 후 6시즌 연속 K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2009년엔 득점상까지 거머쥐었다. 올 시즌 7~8월 부진했으나 팀 경기력이 떨어진 시점에 다시 득점포를 가동했다. 에이스 본능이다.
성남과 전북 상황은 다르다. 하지만 두 팀 모두 ‘베테랑’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만큼은 엇비슷하다.
올 시즌 성남의 마지막 목표는 정규리그 3위까지 주어지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다. 그들은 서울전 승리 후 원정팬 앞에서 ‘AGAIN ACL'이라는 횡단막을 들어 보였다. 팬들은 ‘학범슨’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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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세 이동국은 올 시즌 득점상에 도전한다. 사진=MK스포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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