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유서근 기자] “요즘에는 말 안 해도 걸레질은 물론 볼 줍기까지 스스럼없이 한다.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이 밝힌 용병 마이클 산체스의 최근 모습이다.
올해로 V리그 3년차인 산체스는 206cm의 장신에서 나오는 높은 타점과 블로킹, 서브까지 갖췄다. 특히 스파이크의 강도 조절과 방향, 각도까지 공격수가 갖춰야할 장점을 모두 갖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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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등 팀웍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용병 마이클 산체스. 사진=MK스포츠 DB |
절친으로 같은 V리그에서 활동중인 OK저축은행의 시몬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다. 시몬은 젊은 팀인 OK저축은행의 ‘형’ 노릇을 자처하며 팀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런 시몬을 팀원들은 믿고 따랐고, 합심해서 창단 후 첫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어냈다.
자칫 골칫덩이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올 시즌 산체스가 달라졌다.
경기 도중 동료 선수들의 엉덩이를 도닥여 주고, 범실이 나왔을 때는 웃으며 먼저 손을 들고 실수를 인정했다. 얼굴 표정도 지난 시즌 보였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시종 일관 밝게 웃었다.
모든 것은 김종민 감독의 노력 덕분이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러 떠나는 산체스에게 김 감독은 “이대로는 안 된다. 코트 위에서 인상 쓰고 선수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을 변화시켜야 한다. 고치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하다. 같이 못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체스 역시 받아들여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하고 한국을 떠났다고 했다.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산체스는 완전히 마음을 고친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달라진 것은 연습을 시작하고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팀의 막내들이나 하는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산체스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연습 때 시키지도 않았는데 걸레질은 물론 볼 줍기를 하는 등 팀원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놀라움을 금치 않았다.
산체스의 노력에 김 감독은 고무됐다. 팀 전력 강화가 내다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산체스는 분명 실력이 있는 선수다. 팀원들과 잘 어울린다면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혼자 하는 배구는
대한항공은 산체스, 김학민, 정지석 등 화려한 공격진에 안방마님 한선수의 복귀를 최강의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서로를 아끼는 따뜻한 팀 분위기까지 더해진 대한항공은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 1순위로 떠올랐다.
[yoo6120@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