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를 다투는 박인비와 리디아 고 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타이틀 경쟁이 시즌 종반으로 가면서 더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주 KEB 하나은행챔피언십이 끝난 후 상금랭킹은 리디아 고(241만 6753달러)가 박인비(237만 96달러)를 제쳤고 올해의 선수상은 243점으로 공동선두가 됐다. 다른 부문도 매 대회 성적에 따라 순위가 바뀔 정도로 박빙이다. ‘점입가경’이란 이런 상황에 딱 맞는 말일 것이다.
두 선수의 치열한 경쟁 속에 전체 한국여자골퍼의 ‘골프 영토’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한국여자골프의 세계 지배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게 이른바 ‘한국여자골퍼 50%의 법칙’이다. 한국여자골퍼들이 숫자면에서 50%에 이르거나 심지어 넘어서는 부문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박인비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계랭킹이 우선 그렇다. ‘톱10’ 중 다섯명이 한국 선수이고,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까지 포함하면 ‘한국태생(Korean-born) 선수’는 6명으로 50%를 넘어선다. 세계 25위 이내도 교포 포함 15명으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올해의 선수상 역시 ‘톱 25’ 중 13명이 한국(계)다. 상금랭킹 25위 이내에도 교포를 포함한 ‘K여자골퍼’ 14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계랭킹과 더불어 ‘골프 잘 치는 순서’를 제대로 알려주는 평균타수 부문에서도 ‘50% 룰’은 충실히 지켜지고 있다. 일단 평균타수 ‘톱25위’ 안에는 한국(계) 여자골퍼가 22명으로 ‘0.5명’ 모자란다. 하지만 26위까지는 13명으로 정확히 절반, 그리고 16위까지 무려 10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순위가 높을 수록 한국여자골퍼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평균 타수 1위는 여제 자리를 놓고 다투는 리디아 고(69.395타)와 박인비(69.459타) 중에서 나올 게 확실하다. 2년 연속 평균 타수 1위에 올랐던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현재 3위(69.619타)에 머물러 있어 두 선수들 따라잡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펑산산이 우승 한번 없지만 4승의 리디아 고와 공동1위(67%)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톱10’ 피니시율에서도 14위까지 9명이 K여자골퍼가 차지하고 있다.
드라이버샷처럼 ‘타고난 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문을 제외하면 각종 샷 기록에서도 한국여자골퍼 ‘50% 룰’을 지켜지고 있다. 아이언샷 정확도를 나타내는 그린적중률 순위는 20위까지 9명이 들어 50%에 근접했고, 샌드세이브율은 김효주(61.70%), 리디아 고(58.03%), 허미정(57.80%), 김세영(57.32%), 유소연(55.95%), 이미나(55.56%)가 1~6위를 휩쓸고 있다.
거의 모든 타이틀 순위나 기록에서 한국여자골퍼가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은 한국을 뺀 여자골퍼는 이제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얼마 전 끝난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인 솔하임컵의 경우 ‘반쪽 대항전’이란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대 세계 연합의 ‘여성판 프레지던츠컵’을 만들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국선수들이 각종 부문에서 50%를 넘어서면서 60%를 넘어 70%까지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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