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진수 기자] 오랜 기간 마운드를 밟았던 두 노장 투수가 마운드를 떠난다. NC 다이노스는 백전노장 손민한(40)과 이혜천(36)이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고 12일 밝혔다. 그러나 두 베테랑이 남기고 간 경험과 관록은 ‘아기공룡’이 성장하는데 주춧돌이 되기에 충분했다.
신생팀으로 2013년 1군에 진입한 NC의 투수들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었다. 베테랑 선수들이 중심을 잡고 있는 기존 구단들과 비교할 때 경험과 안정감에서는 격차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패기와 열정으로만 헤쳐 나가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해 줄 수 있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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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현역 은퇴를 선언한 손민한(좌)와 이혜천. 사진=MK스포츠 DB |
그러나 NC에 입단했다고 해서 옛 전성기 때의 모습을 갑작스럽게 회복한 것은 아니었다. 부상의 여파와 체력적인 문제로 마운드에 설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러나 NC가 바란 것은 성적만이 아니었다.
NC는 팀에 부족했던 베테랑의 역할이 필요했다. 특별한 주문은 없었지만, 손민한과 이혜천은 뒤에서 묵묵히 후배들을 격려하고 이끌었다. 때로는 자신들의 오랜 경험을 살려 뼈 있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후배들도 그들의 조언에 힘을 얻었다.
손민한은 궂은일도 도맡았다. 올 시즌 전반기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던 손민한은 후반기 초반에는 불펜으로 투입돼 체력이 떨어진 불펜진에 힘을 보탰다.
올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손민한이 후배 투수들에게 격려의 문자를 보낸 것은 큰 화제가 됐다. 베테랑의 힘으로 NC 투수진은 똘똘 뭉쳤다. 이 힘을 바탕으로 NC는 2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하면서 1군에 적응했다.
이들의 활약은 다른 노장 선수들에게도 희망을 안기기에도 충분했다. 그는 올 시즌 26경기에서 11승6패 평균자책점 4.89를 기록하면서 최고령 두 자릿수 승리 투수(40세8개월9일)가 됐다. 개인적으로 롯데 자이언츠 시절이던 2007년 이후 8년 만의 두 자릿수 승수다.
지난 달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포스트시즌 최고령 선발 출장과 승리투수(40세9개월19일)에 올랐다.
이혜천은 올 시즌 29경기에서 3홀드 평균자책점 5.19에 그쳤다. 그러나 그는 지난 9월13일 마산 SK 와이번스전에 등판해 KBO 역대 7번째로 통산 7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오랜 기간 꾸준히 나서지 않았다면 달성하기 힘든 기록이다.
그는 지난 달 24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이제 팀과 마운드에서 온 힘을 쏟았던 두 베테랑은 제2의 야구인생의 서막을 연다. 손민한은 유소년 야구육성에 나선다. 이혜천은 호주프로리그로 건너가 아들레이드 바이트에서 선수 생활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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