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쿄) 이상철 기자] 삼세번이다. 앞의 두 번은 누구보다 스스로 만족하기 어려웠다. 이제 마지막 기회다. 2015 WBSC 프리미어12(이하 프리미어12) 결승, 이번은 ‘진짜’ 마지막이다.
한국은 21일 오후 7시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미국과 프리미어12 결승을 갖는다. 초대 우승은 물론, 지난 15일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오심 탓에 분패했던 걸 설욕할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회 기간 내내 자존심이 구겨졌던 또 한 명, 김광현(SK)이 단단히 벼르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결승 선발투수를 놓고 고심이 많았다. 손에는 두 장의 카드가 있었다. 김광현과 장원준(두산),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그러다 장고 끝에 김광현을 뽑았다.
프리미어12의 개인 성적만 놓고 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장원준은 예선 도미니카공화국전(11일)과 8강 쿠바전(16일)에 두 차례 나가, 11⅔이닝 8피안타 3사사구 3실점으로 평균자책점 2.31를 기록했다. 집중타를 맞은 쿠바전 5회를 빼고는 빼어난 투구를 펼쳤다.
↑ 김광현은 21일 미국과 프리미어12 결승에 선발 등판한다. 이번 대회 세 번째 선발 출격이다. 사진(日 삿포로)=천정환 기자 |
그러나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 큰 경기 경험을 무시할 수 없었으며, 무엇보다 현재 몸 상태가 중요했다. 그럴 경우, 김광현이 가장 적합한 카드였다.
김광현은 대표팀의 일원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했다. 한국은 이 3개 대회에서 우승 2회 및 준우승 1회를 차지했다. 또한,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아시아시리즈에도 두 차례(2007년, 2008년) 참가했다. 투수 가운데 정대현(롯데) 다음으로 국제경험이 풍부하다. 특히, 37⅓이닝으로 누구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정대현은 26⅔이닝).
특히, 김광현의 몸 상태는 좋다. 결승을 하루 앞둔 20일 오후 자율훈련에도 투수 중 유일하게 참가했다. 캐치볼과 함께 몸을 풀며 출격 준비를 마쳤다.
반면, 장원준은 타이트한 일정에 피로가 상당히 누적됐다. 정규시즌 이후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총 5경기에 등판했으며, 대체 선수로 대표팀에도 선발돼 쉴 틈 없이 달렸다. 장원준은 쿠바전 5회서 구위가 떨어지며 흔들렸는데, 그 여파이기도 했다.
김광현은 이번 대회에서 긴 이닝을 책임지지 못했다. 하지만 구위가 나쁜 건 아니다. 일본전과 미국전에서 초반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전에서 4회까지 1피안타 5탈삼진으로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60구 이후 흔들리는 게 있었지만, 김광현에게 주어진 역할을 준결승 일본전의 이대은(지바 롯데)과 크게 다르지 않을 터. 우승을 놓고 다투는 마지막 경기다. 한계 투구수 및 이닝 없이 상황에 따라 가용 가능한 자원을 모두 쏟을 게 자명하다. 60구 이후에도 잘 던지는 것도 중요하나, 60구 이내까지만 잘
프리미어12는 김광현이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네 번째 국제대회다. 그리고 예외없이 이번에도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김광현은 뭔가 아쉬움이 가득하다. 지난 두 번의 등판은 누구보다 스스로가 불만족스럽다. 이를 만회할 기회다. 삼세번, 그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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