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그 곳에 그들이 있었다.
1982년 출범 이후 34시즌. 연간 700만 관중의 한국 으뜸 프로리그로 자리 잡기까지 수많은 선수들이 KBO의 성장과 감동을 채웠다. 그들 중에는 역사와 기록은 기억하지만 많은 팬들이 깜빡 잊어버리고 만 이름들, 추억 속에 묻힌 레코드 홀더들이 있다.
야구를 기다리는 2월의 MK스포츠가 지금 그라운드의 ‘슈가맨’들을 소환해본다. (편집자 주)
![]() |
↑ KBO의 첫 그라운드만루홈런을 기록했던 고원부(맨 왼쪽)는 타격왕에 오른 1989년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사진=MK스포츠DB |
기술적으로 이보다 어려운 기록은 많다. 그러나 이보다 진귀한 기록은 많지 않다. KBO 34시즌 동안 세 번 밖에 나오지 않았다.
베이스를 꽉꽉 채운 뒤 장내로 떨어진 타구 한 방에 실책 없이 타자주자까지 모조리 홈으로 생환해야 완성된다. 주력과 타이밍, 자주 행운까지 곁들여져야 하는 것이 ‘그라운드 만루홈런’이다.
첫 기록은 리그 출범 7년째인 ‘응팔’의 해에 나왔다. 1988년 5월12일 청주 빙그레-MBC전. 3-0이던 2회말 2사만루서 빙그레 고원부(54)가 MBC 선발 유종겸의 초구를 받아쳤다. 큼직한 타구가 좌측 담장을 맞혔으니 싹쓸이 2루타성 타구로 보였을지도. 그러나 공을 쫓아가다가 펜스에 부딪힌 MBC 좌익수 윤덕규가 넘어지는 바람에 4명의 주자가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이 경기의 최종 스코어는 12-0. 안타 수는 양팀 8개로 같았지만, 5방의 홈런을 뿜어낸 이글스의 화력이 대승을 만들었다.
빙그레는 이 승리로 창단 3년 만에 첫 시즌 20승 선착팀의 기쁨을 맛본다. 그리고 이후 5시즌동안 한 번도 페넌트레이스 3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탄탄한 강팀의 시절을 보냈다.
오렌지 스트라이프가 잘 어울렸던 고원부는 ‘다이너마이트타선’으로 불렸던 이때의 이글스에서 정확한 중거리포를 담당했던 중심타자다. 1981년 난카이 호크스(소프트뱅크의 전신)에 입단했던 재일교포 선수. 1984년 NPB 주니어올스타전의 MVP에 오르기도 했던 유망주였지만, 입단 5년차였던 1985시즌도 2군에서 시작하게 되자 유니폼을 벗었다. 그러니까 KBO에 건너온 것은 그의 야구인생에서 새로운 출발이었다.
그는 1989년 0.327의 타율로 이글스가 배출한 첫 타격왕이 됐다. 3할타자가 6명에 그쳤던 ‘투수의 해’에 이글스의 팀타율 1위(0.276)를 이끌었지만, 역대 KBO 타격 1위로서는 가장 낮은 타율이다.
KBO의 2호 그라운드만루홈런은 1992년 5월22일 사직경기에서 나왔다. 1회초 삼성 정경훈이 롯데 박동수에게 때려냈다. 이 경기의 진귀함은 5회 롯데 전준호가 삼성 선발 성준에게 역시 그
가장 최근의 그라운드만루홈런은 요즘 팬들도 제법 생생히 기억하는 ‘가까운 옛날’이다. 2007년 추석, 광주에서 두산의 6연승을 완성했던 채상병의 7회 역전 결승 장내그랜드슬램이었다.
[chicle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