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야구 인생의 1막을 한국 KBO리그에서 보냈다. 이제 낯선 땅 호주에서 2막을 열었다. 임경완(41)은 ‘아직 선수기 때문에’라는 말로 은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낯선 당에서 현역 의지를 불태우며 지도자의 꿈을 조심스럽게 키워가고 있었다.
1998년 롯데 1차지명으로 프로 유니폼을 입은 임경완은 프로 통산 555경기에 출전해 30승46패33세이브 69홀드 평균자책점 4.18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 4월 1일 1경기에 등판해 2명의 타자를 상대로 볼넷 2개를 내주고 1실점을 한 이후 내려온 것이 가장 최근 KBO리그의 기록. 이후 임경완은 1군 무대에 다시 오르지 못했고 같은해 7월23일 한화에서 웨이버 공시 됐다. 이후 임경완을 원하는 팀은 없었고, 그렇게 은퇴수순을 밟는 듯 했다.
하지만 임경완은 8월 중 호주야구리그(Australian Baseball League)의 시드니 블루삭스에 입단한다는 깜짝 소식을 전했다. ‘대성불패’ 구대성(47)이 수년간 몸담았던 ABL의 구단. 그러나 갑작스러운 사건이기도 했다. ABL은 아직 세미프로리그다. 받는 연봉 수준도 KBO리그 최저선수연봉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한국나이로 불혹을 넘긴 임경완이 완전히 새로운 리그서 뛴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임경완의 선수 생활 연장에 대한 의지는 그런 놀라움을 뛰어넘는 결정이었다.
야구 2막을 연 임경완은 지난해 12월부터 ABL리그서 뛰면서 2015-16시즌을 소화했다. 1군 17경기서 중간계투로 등판했다. 2년 계약을 맺어 2016-17시즌까지 뛸 계획이다. 첫 해 ABL에서 거둔 성적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지만, 새로운 무대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야구인생의 황금기를 지나, 또 다른 시기를 맞고 있는 임경완은 시드니 블루삭스의 홈구장인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전훈캠프를 차렸던 두산베어스 선수단과 지난 겨울 구슬땀을 흘렸다. 그런 임경완을 호주 시드니 현지에서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한 시즌 호주리그를 경험한 소감은 어떤가?
의외로 리그 수준이 꽤 높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리그 수준이 높아지는 추세다. 처음에 와서는 밸런스를 잡는 과정에서 조금 편한 마음으로 던지다 보니 난타도 당했다(웃음). 시즌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졌는데 평균자책점을 낮추는 게 쉽진 않았다.
6개 팀 단일리그로 운영되는 호주프로야구는 최근 세계 야구 저변확대를 모색중인 MLB사무국의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MLB가 호주야구협회 운영비의 75%를 지원한다는 조건으로 2010년 탄생했다. 이후 교육리그 등의 개념으로 최근에는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 레벨의 선수들까지 겨울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되는 ABL에 참여하고 있다. 아직은 전업선수들이 주축이 아닌, 세미프로리그지만 성장 가능성은 높다는 평가다.
-시드니 블루삭스는 어떤 팀인가?
ABL 탄생 이후부터 꾸준히 강팀이었는데 이번 시즌의 성적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다른 팀들에 비해서 미국 리그에서 온 선수들이 적었다. 3~4명 정도였는데 시즌 막바지에 모두 귀국하면서 팀 전력이 많이 약해졌다. 그래서 팀에선 한국 선수들을 많이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시즌엔 4위로 마감했다.
-ABL에 미국 선수들이 유입된 영향이 큰가?
리그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마이너리그 구단들은 (출전경험을 위해) ABL에서 전력이 약한 팀에 선수들을 많이 보내다보니 전력 평준화가 많이 이뤄졌다. 시드니에는 클럽팀들이 많은 편인데 브리즈번, 멜번, 퍼스 등의 팀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팀들에 마이너선수들이 많이 합류했다. 그러면서 리그 전체가, 구체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마이너리그 레벨의 어느 수준까지는 올라온 것 같다.
-환경은 어떤 편인가?
사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여기도 전력 분석도 하고 경기 전 상대에 대한 전략도 짜고, 프로경기와 마찬가지로 진행된다. 코칭스태프등의 인력은 부족한 편이다. 우리 팀에는 투수와 타격 코치가 총 3명 정도가 있다. 나머지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이 겸하는 편이다.
원정은 비행기로 이동한다. 먼 거리의 경우 시차가 2시간씩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재밌다. 아직 힘들었던 부분은 원정의 경우엔 2인실 4인실도 쓰곤 한다. 독실을 쓴지 오래됐는데(웃음)...원정가서는 아무래도 열악한 부분들이 많다. 라커룸도 제대로 없고 더그아웃도 없는 구장도 있다.
리그 경기는 대부분 야간경기로 진행되고 주말 같은 경우에만 1시나 2시에 치러진다. 목금토일 4일 동안 리그가 진행되고 만약 우천으로 취소될 경우 해당 주간의 다음날 경기에 더블헤더로 치러진다. 리그 기간은 길지 않지만 원정거리까지 감안하면 일정은 빡빡한 편이다.
-시드니 블루삭스는 구대성이 오랜기간 몸 담았던 팀이다
구(대성)선배가 오랜기간 있다보니 선수들이 한국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더라. 특히 구선배가 5년 정도 있으면 선수들에게 밥도 많이 사주고, 잘 대해준 덕분인지 선수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자기 할 일에만 충실하는 미국 선수들과 달리 호주 선수들은 순박한 면이 많더라. 말도 알아듣기 쉽게 해주고, 많이 도와줘서 적응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구선배가 이번 시즌에는 어깨가 좋지 않아서 1이닝만 던졌는데 내년 시즌에는 다시 선수로 복귀할 계획이다. 시즌 막판에 같이 등판해 함께 1이닝씩을 막기도 했다.
- 낯선 무대를 택한 배경은 무엇인가?
선수로서 계속 뛰면서 여기서 코치로서 지도자 수업도 받고 싶다. 미래에 한국에서 지도자가 되기 위해 여기서도 많은 부분들을 공부하고 경험하고 있다. 미국에서 온 코치들을 보면서 느끼고 배운 점이 참 많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었나?
미국코치들은 선수의 폼이나 기본적인 틀에 대해선 많이 간섭하지 않는다. 특히 젊은 선수들의 경우에는 그보다는 멘탈이나 그라운드에서의 자세, 준비 방법 등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물론 선수가 개별적으로 조언을 구하면 그 부분에서 지도해준다. 하지만 기본틀에선 선수가 가진 개성이나 장점을 많이 부각시키려고 하는 편이더라.
선수들 각자의 신체조건이나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지도방식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미 자신의 야구개성이 뚜렷한 선수들의 기본적인 것을 성인무대에 와서 바꾼다는 건 쉽지 않다는 판단이 바탕이 된 결정이다. 또 여러 상황들에 긍정적인 피드백과 칭찬을 많이 하면서도 지적할 부분은 확실하게 언급하고 넘어가는 부분도 참 인상적이었다. 많이 배웠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계속 선수로서 뛰는것인가?
코치직은...(꿈이지만), 아직은 나는 야구선수니까...선수로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그리고 더 훗날엔 선수들을 가르쳐보고 싶다. 여기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조언들도 해주고, 또 두산 선수들과 같이 캠프도 치르니까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여기서 느낀 코치란 것은 지도자라기보다 선수들을 서포트해주는 역할인 것 같다. 그런 부분들에서 내가 역할이 있다면 꼭 한국에서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것을 위해 많이 배우고 공부하면서 경험을 쌓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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