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얼마나 대단한 걸까? 축구게임에서나 보던 한 리그 최고의 명문 구단에 입단하는 일이. 박지성(35) 맨유 입단 때도 그랬지만, 석현준(25)의 FC포르투 입단도 도통 피부로 와 닿지 않았다. 중소 구단 선수가 갑작스레 빅클럽에 입단했기 때문일 수도, 먼 타지에서 전해온 소식이라 그럴 수도.
포르투갈 2부 길 비센테 소속으로 활약 중인 올림픽 대표 공격수 여봉훈(22)이라면 체감 정도가 다르지 않을까. 그는 단순히 같은 포르투갈 리그 소속이란 공통점 외에도 지난 4일 타사 데 포르투갈(FA컵) 4강 1차전(포르투 3-0 승)에서 석현준과 맞대결한 적이 있으니까. 석현준이 교체아웃한 시점에 반대로 투입하면서 한 그라운드를 누비지 못했지만, 바로 옆에서 석현준을 바라봤다.
“한국에선 어떤지 모르겠는데, 여기에선 '한국인 석현준의 FC포르투 입단' 소식을 포르투갈 국민이 다 알 정도로 화제였어요. 포르투가 그만큼 이름난 빅 클럽이라는 거죠. 팀 동료들도 항상 제게 석현준이 어떤 선수냐고 묻는다니까요.” 여봉훈은 계속 말했다.
“그날 석현준 형이 포르투 소속으로 뛰는 걸 보면서 큰 동기부여를 얻었어요. 인사와 유니폼 교환은 보너스였죠.(웃음) 개인적으로 기대만큼 많은 시간(16분) 뛰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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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FC포르투와 길 비센테 경기. 석현준은 두 번째 골을 터뜨렸고, 여봉훈(사진 오른쪽 아래)은 후반 29분 투입하며 16분 남짓 뛰었다. 사진=AFPBBNews=News1, 여봉훈 제공 |
석현준은 벨기에에서 출발해 프리미어리그까지 진출한 설기현을 롤모델로 삼았다. 유럽 클럽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능력과 오랜 기간 낯선 타지에서 버티는 생존력 모두 본받고 싶다고 했다.
이제 석현준은 여봉훈과 같은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된 듯하다. 그 역시 계약서 한 장 없이 네덜란드로 날아가 아약스, 흐로닝언, 마리티무 등을 거치며 산전수전 다 겪었다. 사우디아라비아로 진출해 크게 부상하기도 했다. 모든 시련을 이겨낸 석현준의 현재 점수는 포르투 소속 국가대표 공격수다.
여봉훈은 말했다. “힘든 과정을 거쳐 지금 그 자리에 오른 거잖아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석현준 형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죠. 한국인 한 명 없는 외국에서 생활하는 게 힘들기도 하고, 현재 많은 경기에 나서지는 못하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언젠가 좋은 밑거름이자 성장의 발판이 되리라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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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3일 여봉훈이 뛰게 될 에스타디우 두 드라가오. 사진=여봉훈 제공 |
[yoonjinma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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