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브레이든턴) 김근한 기자] 경기 후반 마운드 위에서 급박한 상황을 이겨내야 하는 것은 불펜 투수의 운명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투수 오승환(34)도 지난 세월 동안 수없는 위기를 겪었고 극복했다. 이제 메이저리그라는 ‘꿈의 무대’에서 팀을 구해낼 역할을 맡았다. 그 위기의 순간 오승환의 ‘귀’와 ‘입’이 될 사람은 바로 통역 구기환(29)씨다. 구기환씨는 오승환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수많은 노력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난 1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주피터 세인트루이스 스프링 캠프 훈련장에서 만난 구기환씨는 오승환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고 있었다. 세인트루이스 라커룸의 분위기는 활기찼다. 구기환씨도 오승환의 팀 동료들과 함께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날 팀 청백전 훈련에서도 오승환과 함께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열심히 통역 업무를 수행했다.
구기환씨가 오승환의 통역을 맡게 된 것은 에이전트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 대표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8년 여 전 김 대표가 과거 일하던 회사에서 인턴을 했다. 이후 지난 오승환의 입단식 때 김 대표의 부탁을 받아 통역을 도왔고 이를 본 세인트루이스가 통역 업무를 제안했다. 세 번의 인터뷰를 거쳐 구기환씨는 올 시즌 공식적인 오승환의 ‘귀’와 ‘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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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인트루이스 투수 오승환(오른쪽)과 통역 구기환씨(왼쪽)가 팀 훈련 중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美 주피터)=김영구 기자 |
오승환에 대한 인상을 묻자 곧바로 “너무 좋은 형님이시다”라는 답변이 나왔다. 구기환씨는 “정말 잘 해주신다. 저는 편안하게 일을 하고 있다. 오승환 선수는 너무 잘 하고 있으니 이제 저만 잘 하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오승환의 영어 수업도 도맡아 하고 있다. 구기환 씨는 “영어 단어나 문장 공부를 매일 하고 있다. 티는 잘 안 내지만 많이 물어보신다. 동료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고 있다. 제 할 일이 없어 질까봐 걱정이다”라며 웃음 지었다.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 통역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말을 그대로 직역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 구기환씨는 “직역을 하다보면 서로 간 의사 전달에 조심해야 한다. 문화적 차이가 있다 보니 그 상황에 맞게 바꿔주는 것이 통역의 역할이다. 그러려면 양 나라의 문화를 잘 알아야 하는데 저는 운이 좋게 한국과 미국을 많이 오가서 괜찮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불펜 투수인 만큼 경기 후반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다. 그만큼 감독 혹은 투수 코치, 그리고 동료들이 마운드에 올라와 조언과 상의를 오승환에게 할 가능성이 높다. 위급한 상황에서 구기환씨의 통역도 매우 중요해진 상황. 구기환씨는 “통역 경력이 짧기에 그런 상황에서 부담감은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이야기를 그때그때 집중해서 잘 전달해야 한다. 어렵게 생각하면 또 힘들어지기에 최
마지막으로 구기환씨는 “목표는 그저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일 뿐이다. 오승환 선수나 팀 입장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하니 거기에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맞춰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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