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갑작스럽게 현역 은퇴를 선언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아담 라로쉬(36). 그 결정의 배경이 밝혀졌다.
'ESPN'은 17일(한국시간) 라로쉬가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그의 14세 아들 드레이크 때문이라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은퇴를 결심하는 경우는 많다. 그런데 그의 경우는 조금 복잡하다. 라로쉬는 지난해 화이트삭스와 계약 당시 아들에게 클럽하우스에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해줄 것을 요청했고, 로빈 벤추라 감독이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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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로쉬는 아들의 클럽하우스 방문 자제를 요구하는 구단의 요청에 은퇴로 맞섰다. 사진=ⓒAFPBBNews = News1 |
그는 라로쉬의 동료들과 경기 전 비디오게임을 하고, 타격 연습 시간에는 공을 줍는 등 한 팀의 일원으로 생활했다. 선수들의 사적인 공간도 존중해줬고, 팀에서도 그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고.
여기까지는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러나 화이트삭스 구단 운영진은 클럽하우스 정책을 보다 명확하게 하고 싶어했고, 케니 윌리엄스 부사장이 라로쉬에게 아들의 클럽하우스 방문을 절반으로 줄여줄 것을 요청했다.
ESPN은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에 선수의 가족이 들어올 수는 있지만, 무제한으로 출입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윌리엄스 부사장의 부탁이 절대 무리한 것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윌리엄스는 아들이 클럽하우스에서 하는 일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단순히 방문 빈도를 줄여줄 것을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라로쉬는 구단의 이 같은 요청에 은퇴로 응수했다. ESPN은 역시 메이저리거였던 아버지 데이브 라로쉬 밑에서 자란 그가 아들에게 클럽하우스 경험을 시켜주는 것은 엄청난 가치를 가진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구단의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이 문제만이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 아니었을 터. 라로쉬는 지난 시즌 타율 0.207 12홈런 44타점으로 부진했고, 올해 캠프에서는 등 경련 증세로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여에 팀내 입지도 좁아진 상태였다.
ESPN은 이런 상황에서 구단의 아들에 관련한 요청이 '마지막 결정타'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로쉬는 2016시즌 화이트삭스와 1300만 달러의 계약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화이트삭스가 계약 기간 도중 은퇴를 선언한 마이클 커다이어에게 잔여 연봉을 모두 지급한 뉴욕 메츠의 사례를 따를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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