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3주간의 모의고사는 모두 마쳤다. 1위부터 10위까지, 등수는 정해졌다. 하지만 무의미하다. 하나의 준비과정일 뿐이다. 저마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길은 꼭 하나가 아니다. 10개, 20개, 30개 등 수많은 길이 놓여있다.
모두가 ‘최고’를 꿈꾼다. 우승이라는 열매를 맺고 싶은 건 당연하다. 그리고 누구든지 가을야구에 대한 목마름도 크다. 그 외에도 최고의 순간을 꿈꾼다. 그렇기 위해 저마다의 방식을 준비했으며 갈고 닦았다. 7개월 뒤에는 활짝 웃을 수 있는, 그 최상의 방식은 무엇일까.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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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형우는 시범경기 14경기에 나가 타율 3할6푼1리 5홈런 15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예비 FA이기도 하다. 사진=옥영화 기자 |
삼성의 2016년 목표는 뚜렷하다. 빼앗긴 왕좌를 되찾자. 어려운 미션 같지는 않다. 늘 우승권을 맴돌던 삼성이다. 지난해도 그들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 뜻밖의 변수로 승차 –9의 두산에게 잠시 자리를 내줬을 뿐.
삼성은 곧바로 1위에 올랐다. 시범경기에서 11승 5패로 2002년 이후 12년 만에 모의고사 1등을 기록했다. 종합 등수보다 과목 성적이 중요하다. 삼성은 팀 타율 1위(.298)와 팀 평균자책점 1위(3.74)로 투타의 균형이 잘 맞았다.
채태인의 트레이드로 교통정리를 한 야수진은 더 이상 병목 현상이 없다. 구자욱은 1루수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항상 배고프다며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불안한 이미지의 발디리스도 시간이 갈수록 안정된 수비와 매서운 타격으로 류중일 감독을 흡족케 했다. 3루수 및 3번타자의 고민도 함께 해결.
외국인 역대 최다 홈런(48)을 친 나바로는 떠났으나, 적어도 2루수 빈자리는 크지 않다. 자리가 비면 돌은 굴러오기 마련이다. 백상원은 특히 공격에서 두각을 보였는데 팀 내 최고인 타율 4할2푼1를 기록했다. 프로 통산 88경기를 출전한 백상원은 올해 1.5배 많은 경기를 뛰어야 한다. 시범경기만큼만 한다면, 풀 시즌의 그 첫 경험은 짜릿할 것이다.
나바로에 박석민, 채태인도 없지만 삼성 타선은 여전히 짜임새가 있다. 박해민은 수비에 공격까지 업그레이드 됐다. 대기록을 향해 나아가는 이승엽과 박한이는 꾸준함의 대명사다. 하던 만큼만 해도 큰 힘이다. 여기에 시범경기에서만 5개의 홈런을 날린 최형우가 예비 자유계약선수(FA) 효과까지 누린다면 빈틈이 없다.
삼성의 우승 탈환 시나리오, 최대 변수는 윤성환과 안지만이다. 둘이 합류할 경우, 삼성의 마운드는 매우 높아진다. ‘낮아진’ 마운드는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통해 뼈저리게 절감했다. 그러나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모든 게 불투명하다. 결국 시즌 구상에서 둘을 뺀 채로 시작한다.
기약 없이 윤성환과 안지만을 기다릴 수 없다. 현 마운드를 더 높이 쌓아야 한다. 그게 삼성의 성패를 쥔다. 두 자릿수 승리투수 5명을 배출한 선발진은 해체됐다. 새로 퍼즐을 다시 맞추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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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찬은 삼성 마운드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그는 두 차례 시범경기에 등판해 9이닝 4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빼어난 피칭을 펼쳤다. 사진=곽혜미 기자 |
안지만은 지난해 불펜 1위였다. 그리고 올해 유력한 마무리투수 후보였다. 하지만 그는 현재 쥘 수 없는 카드다. 새 판이 짜여졌는데, 일단 준비과정은 잘 됐다. 맨 뒤에 선 심창민은 시범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을 마크했다. 피안타율은 7푼7리에 불과했다. 이 같은 안정감을 가을까지 이어갈 경우, 삼성은 큰 짐을 덜게 된다.
더욱이 삼성 불펜은 화수분이 따로 없다. 지키는 야구는 올해도 강력하다. 시범경기 최고의 히트상품인 ‘좌완 사이드암’ 임현준을 비롯해 김동호, 박근홍, 장필준, 조현근이 짠물 피칭을 했다. 권오준은 명예회복을 할 준비를 마쳤으며, 새로운 옵션인 김대우까지 추가됐
윤성환, 안지만 없이도 강해지는 법, 우산 이부터 터득한다면 삼성이 나아갈 길은 시범경기보다 순탄해질지 모른다. 그리고 그 둘이 언젠가 돌아온다면, 사자의 등에는 날개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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