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안준철 기자] “전병두! 전병두!”
마운드에 서 있던 전병두(32·SK와이번스)는 공을 김광현(28)에 건넸다. 김광현은 다시 공을 윤희상(31)에게 전했다. 셋은 진한 포옹을 했다. 외야와 내야에 있던 선수들도 잠시 마운드로 모여 전병두를 격려했다.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전병두를 향해 관중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더그아웃 앞에 나온 SK선수들은 전병두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마지막 등판을 축하했다. 전병두의 표정도 감격에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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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인천에서 열린 은퇴경기에서 삼성 김상수를 유격수 땅볼로 잡은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SK 전병두. 사진=SK와이번스 제공 |
지난 2003년 신인 2차 1라운드에서 두산 베어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한 전병두는 이후 KIA 타이거즈를 거쳐 2008년 SK 와이번스로 이적했다. SK에서는 주로 불펜으로 활약했지만, 선발로도 등판하는 마당쇠 역할을 하며 SK왕조의 주역이 됐다. 하지만 2011년 11월 어깨 회전근 재건 수술을 받은 뒤 오랜 재활에 돌입했다. 그리고 다시 마운드에 서는 데 5년이 걸렸다. 그것도 선수로 마지막 경기였다.
이날 전병두는 한 타자만 상대하기로 돼 있었다. 경기 전 전병두는 “볼넷은 내주고 싶지 않다. 정면 승부하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각오처럼 그는 삼성 1번타자 김상수와 모두 속구로만 승부했다. 전성기 시절 150km를 넘나드는 파이어볼러였지만, 이날 그의 최고 구속은 129km였다. 그러나 초구와 2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으며 유리한 승부를 펼쳤다. 김상수가 적극적이지 않은 듯 했지만, 3구 볼에 이어 4구째 파울이 됐고, 전병두는 5구만에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자신의 긴 프로생활을 마무리 했다.
비록 자신이 뽑은 최고의 순간이었던 9타자 연속 삼진(2009년 5월 23일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1회 김현수부터 4회 임채절까지)과 같은 임팩트는 없었지만, 모든 선수들이 그의 마지막을 함께 해 그 감격은 더했다.
전병두는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등판 전에 너무 긴장했었는데, 큰 것 하나 끝낸 듯 속이 후련하다. 마지막에 결과가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다. 최선을 다 해준 김상수에게도 고맙다. 초구와 2구를 그냥 보고만 있어서 놀랐는데, 3구부터 적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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