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마무리 투수가 7회 등판, 3이닝을 마무리한다. 아무리 포스트시즌이라고 해도 불펜의 역할 분담이 철저한 메이저리그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 드문 장면을 LA다저스 마무리 켄리 잰슨(29)은 이번 포스트시즌에 보여줬다.
잰슨은 FA 자격 획득을 앞두고 다저스 소속으로 나선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7경기에 나와 11 2/3이닝을 던졌다. 경기 수보다 이닝이 더 많은 것에서 알 수 있듯, 1이닝 이상 등판이 많았다. 7경기 중 5경기가 1이닝 이상 등판이었다.
마무리 투수가 포스트시즌에서 4~5개의 아웃을 잡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흔한 일이다. 그런데 잰슨은 심지어 9아웃 세이브에 도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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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리 잰슨은 다저스 소속으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투수가 많은 이닝을 맡지 않는 것은 체력 안배와 보호 목적도 있지만, 오래 끌고 갈수록 불리한 이유도 있다. 3~4가지의 구종을 배합해 승부를 보는 선발 투수와 달리, 불펜 투수들은 1~2가지 구종의 장점을 극대화해 승부를 본다. 한 경기에서 오래 던지면 던질수록 승부수가 단조로워지고, 그만큼 타자들을 상대하기가 어려워진다.
잰슨도 커터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투수다. 그럼에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잰슨에게 많은 이닝을 책임지게 했다. 그만큼 잰슨을 신뢰했다. 그리고 잰슨은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등판한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1/3이닝 2피안타 4실점으로 난조를 보인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경기에서는 모두 무실점을 기록했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치른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는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는 5이닝 만에 물러난 클레이튼 커쇼의 뒤를 이어 3이닝을 4탈삼진 퍼펙트로 막았다. 다저스가 이날 경기에서 유일하게 웃을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로버츠는 6차전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든 선수들이 자랑스럽지만, 특히 잰슨은 더 그렇다"며 "그가 없었다면 우리 시즌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준급 마무리로서 보여주는 안정된 모습뿐만 아니라 큰무대에서 보여준 이타적이고 압도적인 모습도 돋보였다. 그의 성격, 그가 갖고 있는 재능이 어떤 것인지를 잘 말해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무리의 한계를 허물며 헌신적인 투구를 보여준 잰슨. 이제 FA 시장에서 평가받을 일만 남았다. 잰슨은 이번 시즌 구단과의 연봉 협상으로 1065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MLB.com은 그의 나이와 최근 보여준 경기력을 감안할 때 마리아노 리베라가 갖고 있는 구원 투수 연봉 최고 기록(1500만 달러) 경신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금액이 올라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원 소속팀과의 계약 가능성은 낮아진다. MLB.com은 이 금액이 다저스가 구원 투수에게 지불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금액이라고 분석했다. 불펜 보강에 관심이 많은 빅마켓 팀, 시카고 컵스, 뉴욕 메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이 대신 지갑을 열 가능성이 있다.
잰슨은 6차전이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스스로를 증명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내가 한 것은 팀을 돕기 위해 내 역할을 한 것"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FA 자격 획득 이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우리가 이룬 것, 그리고 부족했던 것에 대해 생각하겠다. 우리는 멀리 갔지만, 약간 부족해서 떨어졌다"며 패배의 아픔을 먼저 달래겠다고 말했다.
다저스는 잰슨 이외에도 셋업맨 조 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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