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황석조 기자] LG 트윈스 베테랑 타자 ‘적토마’ 이병규(41·9번)가 정든 유니폼을 벗는다. 그는 현역 연장보다 영원한 LG맨이 되는 길을 택했다.
LG는 25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병규의 은퇴 소식을 전했다. 이에 앞서 이병규는 구단과 몇 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최종은퇴를 결정했다. 구단은 은퇴를 원했고 이병규 역시 현실을 받아들였다. 1997년 LG에서 데뷔한 이병규는 이로써 KBO리그에서만큼은 평생 LG맨으로 남게 됐다. 그의 향후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병규는 이날 오후 3시 자신의 터전이었던 잠실구장을 찾아 감사했던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팬들에게 대신 안부를 전했다.
↑ 그라운드를 떠나는 LG 이병규(사진)가 팬들께 감사인사를 전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힘든 결정인데 언제 결단을
“은퇴를 하겠다는 결정은 마지막까지 생각 안 했다.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 많았다. 고민이 많아서 늦어졌다. 선수 욕심이 있었다. 고심 끝에 어제 저녁에 결심했다. 보호선수 명단이 오늘이더라. 꼭 그 부분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구단과 옥식각신 하고 싶지 않았다. 팬들에게 예의가 아닌 듯했다”
-주변 지인과 상의하거나 도움받았나
“시즌 끝나고 팀이 가을야구 갔을 때부터 고민했다. 그 때부터 많은 고민들을 가족과 야구를 하셨던 분들과 나눴다. 모두의 생각이 달랐다. 선수생활 더 하라고 하시는 분도 있었고 좋은 모습으로 끝내도 괜찮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다들 생각이 달라 고민이 깊었다”
-2군서 쉽지 않은 시간 버텼다
“잠실구장을 생각하면서 버텼다. 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다른 생각은 안 했다”
-팀을 옮겨서라도 선수생활 할 계획은 없었나
“해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97년부터 입단해서 뛰었는데 다른 팀에서 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답은 LG였다. 떠날 수 없다는 생각이 더 많았다. 여기서 마무리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차후계획은
“생각을 해야될 것 같다. 쉬면서 여러 가지 생각해보겠다”
-기억나는 장면
“운동을 못 한다는 생각을 하니깐 아무 생각이 안 들더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것은 처음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뜬 눈으로 있었다. 힘든 밤이었다. 그래도 결정하고 나니 홀가분하다”
-선수생활 하려고 했다면 이루고 싶었던 것
“잠실서 뛰면서 마무리하는 것.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열심히 더 뛰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련을 못 버렸다”
-시즌 마지막 경기 기분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게 마지막 타석이 될 것이란 생각을 많이 했다. 더는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이 복잡해지면서 멍해지더라”
-마지막 경기 팬들 성원
“그 분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팬들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을 아시고 응원해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저 함성을 들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루지 못한 우승에 대한
“많다. 17년 뛰었는데 한 번을 못했다. 팬들에게 죄송하다. 팀 동료들에게도 그 부분에 대해서 가장 미안했다”
-향후 지도자 등 그라운드 복귀가능성은
“배운 것을 후배 선수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부족하지만 많은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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