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차 예선이 내년 서울 고척돔에서 열리는 가운데 국가대표팀의 전력 분석팀으로 일하고 있다. 상대팀에 대한 정보와 장단점을 분석하는 일을 한다. 프로팀에 있을 때 선수와 코치로 활동했기 때문에 전력분석이 사실 익숙한 영역은 아니지만, 지난해 ‘프리미어12’ 대회 때 처음 참여한 이후 점점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이번에는 좀 더 심도 있게 분석 업무를 해내고 싶은 욕심에 일본 작가 조오노 히로시가 쓴 ‘제갈공명 전략과 현대인의 전술’이라는 책을 참고하고 있다.
상대팀의 전력을 알기 위해서는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보를 얻는 데는 4가지 기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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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지난해 ‘프리미어12’ 초대 챔프를 차지했다. 그러나 내년 WBC는 강력한 상대팀들이 포진한 1차 예선부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예를 들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출신으로 WBC 출전이 확실시되는 뉴욕 양키스 내야수 디디 그레고리우스(26)는 2016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53경기 출전, 타율 0.276, 20홈런 70타점을 올렸다. 간단하게 유격수이면서 파워가 있는 선수라고 떠올리면서 신체조건을 살펴보면 키 191cm, 체중 93kg. 아하! 굉장히 큰 선수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낮은 볼에 강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스트라이크존은 타자의 신체에 맞추어 지는 게 원칙이지만, 일단 몸집이 큰 선수들의 특징 중 하나는 낮은 볼에 강한 케이스가 많다. 포수들의 앉은키에 영향을 받는 대부분의 공들이 (몸집이 큰 타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고 이에 따라 높은 볼 보다는 낮은 볼에 익숙해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듯 실제적인 동작 분석에 들어가기 전에 기본 데이터를 상식적으로 접근하면서 놓치기 쉬운 부분을 미리 체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정보는 무수히 많기 때문에 ‘전략’을 가지고 수집해야 한다. 상대의 약점을 파고 들 것인지 장점을 무력화시킬 것인지 먼저 생각하고 우리 팀의 전력이 어떠한지 파악한 후에 어떤 자료를 수집해서 소화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예상 못한 돌발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정보 수집의 전략 설정이 더욱 뚜렷해야 한다.
세 번째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자세이다. 좋은 정보를 얻는 일은 때론 사업과 같아서 좋은 태도가 필요하다. 보름 전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던 일본대표팀의 멕시코, 네덜란드 평가전에는 우리 분석팀 말고도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왔다. 그 곳에서 만난 스카우트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우리의 전력분석 대상) 선수들에 대해 심심찮게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 관계와 화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겸손하고 진솔한 자세로 임해야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네 번째로 정보는 수집과 활용에서 가장 필요한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선수들에 대한 기록과 자료는 방대하다. 특히 요즘처럼 세이버매트릭스까지 활성화된 시대에는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가 있다. 그 중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필요한지를 깊게 생각한 후에 그 경기에 가장 적합하고 효과적인 기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대거 출전이 예상되는 이번 WBC는 우리 대표팀의 험난한 여정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성실하게 준비해서 우리의 흥과 역량이 충분하게 발휘된 최선의 경기로 야구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