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말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정의’와 ‘공정’이다. 잘못된 대통령 한 명으로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는 무너졌고, 민주주의 사회가 지켜야 할 최고 가치인 위 두 가지 덕목은 송두리째 뽑혔다.
박근혜 게이트를 계기로 대한민국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정의가 살아 숨 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스포츠는 어떤 분야보다 정직하고 깨끗한 곳으로 인식돼 있다. 엄격한 룰이 지배하고, 누구에게나 똑 같은 기회를 주고 공정한 잣대를 대는 신성한 영역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팬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프로선수들은 그들의 가치(연봉)가 올라갈수록 고도의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 오승환이 결국 WBC 대표팀에 발탁됐다. 하지만 KBO는 대의명분과 정의를 내팽개쳤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오승환 선발을 관철시킨 김인식 대표팀 감독에겐 뭐라 말하고 싶지 않다. 미안한 얘기지만 김인식 감독에게 정의와 도덕성을 거론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야구인 아니 경기인들은 평생 승부의 세계에서 살았다. 어려서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데’만 매몰돼 살아 왔다. 이들에겐 승리만이 유일한 가치다.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과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김인식 감독의 오승환 선발에 맞장구를 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좋은 선수를 뽑아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데 무슨 헛소리냐는 투다. 이들에겐 ‘그깟 해외원정도박이 뭐 그리 대단한 죄냐’라는 의식이 깔려 있다.
그래서 KBO가 더욱 실망스럽다. KBO는 사회적 가치를 따져야 하는 공적 기관이 아닌가. 김인식 감독 등 야구인들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 잡아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KBO가 슬로건으로 내건 ‘클린 베이스볼’을 실천해 나갈 의지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KBO는 비겁하게 뒤로 숨었다.
한국 프로야구는 ‘자랑스런 도전’의 기회를 잃었다. 설령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대한민국 야구는 ‘떳떳하게 졌다’라고 가슴을 펼 수 있어야 했다.
‘오승환 사례’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오승환의 징계는 명분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