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올해는 유독 야구가 빨리 시작한 느낌이다. 프로야구 시범경기는 이제 막을 올렸지만,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WBC는 긴 여운만을 남겼다. 사상 첫 한국에서 열린 WBC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은 1승2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긴 채 1라운드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야만 했다. 이는 ‘고척돔 참사’로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이런 최악의 결과는 어쩌면 예정된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번 WBC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해외파들이 대거 불참했다. 이번 대표팀에서 해외파 선수는 오승환(세인트루이스) 뿐이었다.
↑ 지난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라운드 A조 최종전" 한국과 대만 경기가 열렸다. 9회말 무사 2루에 등판한 오승환이 실점없이 이닝을 마친 후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반면 한국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LA 다저스), 추신수(텍사스), 강정호(피츠버그), 김현수(볼티모어), 박병호(미네소타) 등이 빠졌다. 부상과 팀 내에서 차지하는 입지 등에 외부적 요인과, 음주운전 사고를 낸 강정호의 개인적인 사유 등 이유도 각양각색이었다. 주로 부상 선수들과 팀 내 입지가 견고하지 못한 이유가 많았다. 류현진과 추신수 박병호의 경우가 부상과 관련된 이유다. 모두 부상에서 회복됐지만, 부상 회복 후 맞는 첫 시즌이기 때문에 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김현수의 경우는 소속팀 볼티모어와 2년 계약의 마지막 해, 여전히 불안한 팀 내 입지를 감안하면 소속팀의 의중을 거스를 수 없었다. 김현수의 에이전시인 리코스포츠 이예랑 대표도 “구단 상황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일하게 해외파로 이름을 올린 오승환은 선발과정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 해외 불법도박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아, KBO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KBO에 복귀할 시에 적용되는 징계였지만, 징계를 받지 않은 선수가 국가를 대표해 뛸 수 있느냐에 비판 여론이 크게 일었다.
결과론이지만, 해외파의 빈자리는 컸다. 물론 오승환은 첫 경기인 이스라엘전과 마지막 경기인 대만전 위기 상황에 등판해, 자신의 전매특허인 ‘돌직구’를 뿌려대며 빅리거의 클래스를 입증했다. 오승환의 활약만 돋보였기 때문에 ‘해외파들이 있었더라면’이라는 아쉬움만 진하게 남는다. 특히 역시 1라운드에서 탈락했던 4년 전 WBC부터 해외파들의 불참이 하나의 분위기처럼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해외파 선수들의 불참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WBC를 주관하는 조직위원회에서는 선수의 출전 의사를 우선해서 물어본다는 점이 그 이유라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구단의 눈치를 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선수가 나간다고 하는데, 구단이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 김현수(29·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두 번째 시즌 준비를 위해 지난 1월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올 시즌 뒤 볼티모어와 계약이 끝나는 김현수는 WBC대표팀 합류를 고사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
따지고 보면 해외파 불참은 필연적인 요소에 더불어 우연까지 겹쳤다고 볼 수 있다. WBC가 각국 프로리그 개막에 앞서 치러지는 한 생길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해외파 선수들의 국가대표 합류를 강제할 수단은 사실 없다”라며 “일본도 아오키 노리치카(휴스턴)만 이번 WBC에 참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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